[4강진출 히딩크 인터뷰]"우린 앞으로 잃을게 없다"

  • 입력 2002년 6월 22일 23시 16분


히딩크 감독이 열렬히 응원해준 관중석의 붉은악마에게 피버노바 공을 발로 차 선물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열렬히 응원해준 관중석의 붉은악마에게 피버노바 공을 발로 차 선물하고 있다.

“지면 집에 가야 한다.”

경기가 끝난 뒤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외신기자들의 거듭된 심판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심판이든 선수든 간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 팀은 집에 가야 한다. 집에 가서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허점은 없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4강에 올랐는데 지금 심정은….

“지금의 감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다. 잘 싸워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꿈들이 실현됐다. 축하하는 의미에서 와인 한잔 마시고 싶다.”

-오늘 경기에 대해 평가해 달라.

“50 대 50의 경기였다. 때론 수비가 불안했고 스페인도 몇 가지 문제점을 보였다. 따라서 긴장감이 굉장했다. 스페인은 경험있는 선수들이 많았고 그 이점을 살려 전반전과 후반전에 한두 번의 결정적인 찬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골대 안에 공을 집어넣지 못했다. 우린 승부차기에서 운이 따랐다. 전체적으로 보면 긴장감이 많은 품격 있는 경기였다.”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예상했나.

“어제 (비공개훈련에서) 집중적으로 페널티킥을 훈련했기 때문에 자신있었다.”

-심판문제에 대해선….

“우리도 할 말이 있다. 미국은 포르투갈전에서 심판이 오프사이드를 불지 않아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켜 승리를 얻어냈다. 그 때문에 우린 조별리그에서 힘든 경기를 벌여야 했다. 스페인은 심판 판정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돌이켜봐야 한다.”

-어디까지 진출하고 싶은가.

“스페인과 비교해 휴식기간이 짧아 더 많은 노력을 했다. 다음 상대인 독일에 비해서도 우린 하루 휴식이 적기 때문에 일정은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점이 바로 우리 팀 선수들에게 오늘 한 일에 대해 찬사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독일전도 마찬가지다. 우린 잃을 게 없다. 우리식대로 플레이하겠다.”

-한국의 4강 진출 업적에 대해 평한다면….

“나는 나의 지식과 경험을 선수들에게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선수들도 요구에 부응하며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 바로 그 점이 내가 기쁜 이유다. 때론 선수들이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들은 한번도 내 요구를 포기한 적이 없다. 그들의 노력은 결국 보상을 받게 됐다.”

-독일전 전망은….

“독일은 한두 차례 기회를 갖고도 승리할 만큼 똑똑한 팀이다.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체력적으로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으로도 한국팀을 계속 지도할 것인가.

“내 계약은 월드컵과 함께 끝난다. 사실 내 계약시점은 폴란드전 때 만료됐었다. 우리가 계속 간다면 내 계약은 우리가 플레이하는 마지막 경기까지 진행될 것이다.”

광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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