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월드컵 결승 문턱에서 맞붙게 된 한국과 독일은 어떨까.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은 독일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다. ‘베스트 11’ 중 황선홍(가시와 레이솔), 홍명보(포항 스틸러스), 이운재(수원 삼성)가 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과 싸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의 일등공신이 된 이들 3명은 8년 전에도 그냥 경기장을 어슬렁거린 것은 아니었다. 미국 댈러스 코튼볼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황선홍과 홍명보는 팀이 0-3으로 뒤진 후반 잇달아 골을 터뜨리며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후반에 최인영의 뒤를 이어 교체 투입된 수문장 이운재 역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선방을 펼쳤다.
비록 한국은 초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독일에 2-3으로 패했지만 이들 3인방을 앞세워 막판까지 치열한 추격전을 펼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독일이 전 대회 챔피언에다 스타군단이라는 사실에 몸이 굳어져 기선을 제압당했던 94년과는 달리 황선홍 홍명보 이운재는 이번 대회 4강전에서는 실전에서 터득한 관록으로 후배들을 이끌며 분위기를 장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독일이 경험과 전력으로 볼 때 미국 월드컵 때보다는 떨어지는 게 분명하고 우리는 홈의 이점까지 있으니 설욕에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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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은 현 대표팀 가운데 당시 한국과의 경기에 직접 나선 선수가 전혀 없다. 루디 D러 현 감독이 현역시절 말년에 출전했지만 벤치를 지켰고 골키퍼 올리버 칸 역시 후보 신세였다. 따라서 6만6000여 관중이 경기장을 온통 붉게 물들인 가운데 낯선 한국팀을 맞아 싸워야 하는 독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칸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강렬한 인상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월드컵 한국전에서 안 뛰었던 것이 다행이었다”며 “섭씨 40도를 넘는 땡볕에서 출전 명령을 받았다면 아마 내 생애 처음으로 못 뛴다고 말했을지 모른다”고 회상한 것.
또 그는 “한국이 3-2로 따라붙었을 때 20분도 더 남아 있었다”면서 “한국 선수들은 더위에도 미친 듯 뛰어다녀 애를 먹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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