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매직’ 4가지 비결…日전문가들 분석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49분


세계 축구계의 ‘아웃사이더’였던 한국이 파란과 충격을 일으키며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꿈같은 일을 만들어낸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의 축구 전문가들이 월드컵 예선부터 한국팀이 가졌던 경기 내용을 분석해 ‘히딩크 한국’의 비결을 4가지로 압축했다.

▽‘히딩크 매직’〓히딩크 감독은 학연 지연 청탁 등 대표선수 선발을 둘러싼 고질적인 병폐를 일거에 해소해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월드컵 무대에 처음 등장한 안정환 박지성 이천수 등이 최전방에서 활약함으로써 상대팀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전술이 가능하게 된 것도 결국 이같은 효율적인 인선의 결과라는 것. 스페인을 압도한 한국팀의 스태미너는 히딩크 감독의 체력강화훈련 방침에 따른 덕. 감독 부임시 ‘한국팀은 체력은 있지만 기술이 모자란다’는 것이 일반적이 평가.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기술은 유럽 톱리그 선수에 비해 80%수준이라면 체력은 50%” 라고 판단, 체력강화에 주력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전진 앞으로’〓한국팀이 수비진을 과감히 빼내고 공격진을 4명, 5명으로 늘리는 도박을 보면 불리하면 할수록 더욱 힘을 내는 한국문화의 특성, 무서운 끈기를 실감한다.

전술 변화도 한몫 했다. 과거 한국축구는 긴 볼을 찬 뒤 포워드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제2선의 선수들이 득점기회를 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직접 드리블을 하며 상대 수비진과 정면 승부를 하는 등 다채로운 공격전술을 선보였다.

한편으로 이같은 공격축구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광역 수비망’ 확립. 공격진에서부터 수비진까지 거리를 좁게 해 상대를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 공격 기회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한발 더 나가 볼을 빼내는 강력한 수비전술을 구사했다.

▽‘한국 정신’〓일본팀은 터키 전에서 0-1로 리드당한 뒤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지만 한국팀은 전혀 달랐다. 히딩크 감독은 감정 표출이 일본에 비해 훨씬 직설적인 한국인의 심성을 잘 파악해 불리할수록 더욱 공세를 취하는 치열한 전략을 구사했고 한국팀 선수들을 이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등 과거 월드컵대회 참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남김없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 한국팀에게는 유교문화의 전통 때문에 ‘선배는 하늘’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선수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했으나 이번에는 승리를 목표로 한 팀 만이 존재했다.

▽‘국민 응원’〓일본은 젊은 축구팬이 많다. 이들은 ‘나라 응원’ 보다 스타선수를 보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한국전이 있는 날이면 한국은 전국이 붉은 유니폼 물결로 뒤덮였다. 살아 꿈틀대는 거대한 붉은 용암 덩어리 같았다. 이같은 국민적 응원분위기는 선수들로 하여금 신바람을 일으켜 ‘유럽 축구 공포증’을 말끔히 치유한 비방이 됐다.

한국팀은 이러한 네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 얼마든지 결승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다. 게르만의 혼’을 불태우는 독일팀과의 대전 조차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은 우승 후보국이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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