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필요하다면 우리가 당한 불리한 판정 장면을 조목조목 제시할 수도 있다”며 “진 팀은 집으로 가 왜 졌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대다수 유럽 축구전문가들도 “몇몇 국가의 판정 시비는 오래된 나쁜 버릇으로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오심 의혹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24일 “한국을 봐주려는 음모가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모두 거들떠볼 필요도 없는 것들”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유럽 국가의 판정 시비 및 음모론은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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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에게 찬사를’〓영국 권위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5일자에 동아일보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는 축구 대기자 랍 휴스 칼럼을 통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팀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데 대한 희생양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 칼럼은 “한국팀은 온 국민의 열성적인 응원을 아드레날린 삼아 뛰고 또 뛰는 팀”이라며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자기보다 우세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대가 탈진할 때까지 공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칼럼은 이어 “음모론자들은 왜 개최국 한국에 불리한 판정은 언급하지 않는가”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과격한 태클이 많았고 그에 따른 퇴장도 빈번했다. 과감하게 레드카드를 꺼낸 주심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칼럼은 “한국 선수를 불구자로 만들려 하고도 퇴장명령을 내린 심판을 폭행한 포르투갈의 주앙 핀투에 대해 FIFA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의 나라 판정 시비에 걱정하는 한국인들〓“한국팀은 상대의 반칙 플레이에 투혼을 발휘하여 승리했다. 정당한 승리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은 패한 나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월드컵 참관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한 아일랜드 축구전문가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상대가 때리고 깊은 태클을 해도 공과 골대만 바라보고 뛰는 순수한 축구를 하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원초적인 축구로 재미없는 유럽 강호들을 패배시키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특히 “편파판정 없이 승리한 한국이 남의 나라 이목에 너무 신경을 쓴다”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리그에서는 판정 시비가 기본이고 매우 신경질적으로 결과에 지루하게 집착한다. 하물며 FIFA 랭킹이 낮은 한국에 패했으니 오죽하겠는가. 진 팀의 오심 시비는 변명일 뿐이고 유럽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이 착한 나라여서 그런 건가”라고 말했다.
▽아시아 언론의 열등의식〓월드컵에서의 심판 판정과 관련해서는 한국도 할 말이 많다.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탈리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선취골을 내준 뒤 최순호의 동점골로 기세를 올렸지만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2골을 빼앗겼다. 한국은 이후 이탈리아 선수와 부딪치기만 하면 파울을 선언받는 판정 속에서도 허정무가 경기 종료 직전 1골을 만회하는 저력을 보였다.
최근 일부 아시아 언론이 유럽의 일부 악의적인 논조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시아 축구의 잠재력을 스스로 믿지 못하고 유럽의 시각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열등의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