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금액을 챙긴 톱스타들이 줄줄이 맥을 못쓰면서 ‘고액 스타의 무덤’이라는 얘기까지 돌 정도다. ‘포지션별 이적료 베스트 11’ 가운데 4강에 오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나이’라는 지네딘 지단(프랑스)은 지난해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스페인 레알마드리드로 옮기면서 이적료를 813억원까지 끌어올렸으나 월드컵에서는 비참함 그 자체였다. 부상으로 조별리그 2경기에서 벤치를 지키다 결국 전년도 챔피언 프랑스의 16강 탈락을 지켜봐야 했던 것.
▼관련기사▼ |
685억원의 이적료로 랭킹 2위에 자리한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레알마드리드) 역시 한국의 벽에 막혀 16강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보따리를 싸야 했다. 역대 이적료 랭킹에서 3,4위에 올라 있는 스트라이커 에르난 크레스포(아르헨티나·라치오)와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인테르 밀란). 656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한 크레스포는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592억원의 비에리는 한국과의 16강전에서 역전패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이밖에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603억원), 미드필더 후안 베론(아르헨티나·520억원) 등도 몸값에 걸맞은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4강 진출의 짜릿한 쾌거를 이룬 한국대표팀의 몸값은 이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껌값’ 수준에 불과하다. 이적료와 연봉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태극전사 가운데 최고라는 황선홍과 유상철(이상 가시와 레이솔)은 올 시즌 1년에 1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나란히 소속팀과 계약했다. 보통 이적료의 20∼30%를 연봉으로 지급 받는다고 볼 때 황선홍은 같은 최전방 공격수인 크레스포나 비에리 몸값의 5% 정도를 받고 뛴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해 수입이 156억원에 이르는 지단과 포지션이 겹치는 유상철은 돈만 갖고 따지면 하늘과 땅 차이지만 이번 대회의 팀 공헌도나 활약상으로는 오히려 훨씬 앞섰다는 평가.
또 코리아 돌풍의 숨은 주역으로 떠오른 김남일(전남 드래곤즈)의 올 연봉은 9000만원이었으며 송종국(부산 현대)은 9500만원이었다. 하루에 4300만원을 버는 셈인 지단으로서는 이틀만 일해도 김남일과 송종국의 1년 수입과 맞먹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악착같은 수비는 이런 잣대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돋보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