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동 중인 ‘붉은 악마’는 하이텔 PC통신 동호회에서 자생적으로 결성된 응원단체. 그런데 붉은 악마의 응원물결에 전 국민이 동참하면서 응원단의 명칭으로서가 아니라 붉은 악마라는 말 자체가 어디에서 유래됐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는 ‘붉은 악마’는 그 뿌리가 고대 배달국의 14대왕이었던 치우천왕(蚩尤天王)이라는 내용을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설명한 ‘동방의 등불-코리아’라는 책자 3만부를 관광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책자는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컬러판 32쪽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책자의 2부 ‘한국문화 이야기’에서는 “한국의 월드컵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는 기원전 2707년 배달국 14대왕으로 즉위한 치우천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시민연대의 인터넷 홈페이지(www.historyworld.org) 자료실에서는 치우천왕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보다 상세히 싣고 있다.
이 단체 이성민(李星玟) 공동대표는 “고서적 ‘환단고기’와 조선시대 사학자 북애자가 1675년(숙종 2년)에 저술한 ‘규원사화’ 등에 붉은 연기를 뿜어내는 치우천왕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며 “승리의 신(神)인 치우천왕은 제주도의 돌하르방이나 부적, 기와 와당, 도깨비상 등에 잘 표현돼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치우천왕은 구리로 된 머리와 쇠로 된 이마를 가졌다. 그의 머리는 지혜로 빛났으며 가슴은 뜨거웠고 온 몸은 힘으로 넘쳐났다”는 내용의 글을 적지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건강 사이트인 힐링소사이어티(www.healingsociety.net)는 새소식란을 통해 “붉은 악마의 모습 속에는 홍익인간 이화(理化)세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환웅, 단군의 숭고한 정신이 숨어 있으며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단학선원을 이끌고 있는 이승헌(李昇憲)씨는 ‘깨달음과 희망의 붉은 악마’라는 책자를 최근에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치우의 깃발을 휘두르면 그 영험으로 반드시 전쟁에서 이긴다는 전설이 붉은 악마를 통해 현실로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일부 재야 사학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단순한 흥밋거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상관없으나 역사적 사실로 오인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