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장 스콜라리〓지난해 6월 임명당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브라질축구협회가 에메르손 레아웅 감독의 후임으로 스콜라리 감독을 임명했을 때 잉글랜드 언론에서는 “이제 브라질 축구의 예술성은 사라졌다”는 탄식이 나왔다. 당시 브라질은 예선 탈락의 위기에 몰렸었고, 브라질축구협회로서는 ‘예술’보다는 ‘승리’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이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스콜라리 감독은 성적 면에서는 브라질 축구계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남미 예선 3위로 브라질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적어도 4강’이라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또 주위와 타협하지 않는 고집 불통으로도 유명하다.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호마리우를 기어이 대표팀에서 탈락시켰고, “승리를 위해서는 골이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수비를 보강하라는 주변의 조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대회에서 공격 일변도의 전술을 펼쳤다.
▽덕장 귀네슈〓터키를 48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점만으로도 귀네슈 감독의 업적은 인정받을 만 하다. 하지만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귀네슈 감독은 갈수록 그의 능력을 발휘하는 감독이다.
유로 2000을 앞두고 터키의 지휘봉을 잡은 귀네슈 감독은 당초 예상을 깨고 터키를 8강에 올려놓아 주목을 받았다. 계약 연장. 월드컵 사령탑의 책임을 떠 안은 귀네슈 감독은 유럽 예선에서 터키가 조1위를 차지하지 못해 플레이오프로 떨어지면서 여론의 비난 화살을 맞는 등 위기에 빠졌으나 기어이 터키를 월드컵에 진출시켰고, 나아가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염을 토했다. 조별 예선에서 1무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을 때도 귀네슈 감독은 빗발치는 터키 언론의 비난을 조용히 감수하고 이후 승리 행보를 이어왔다. 귀네슈 감독은 터키 최고 스타 하칸 쉬퀴르가 최근 부진을 보이자 “일한 만시스를 대신 선발로 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해 명분을 고집하지 않는 의연한 융통성을 보였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