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송종국 김남일 “오늘을 잊지 않겠다”

  • 입력 2002년 6월 26일 01시 56분


박지성(오른쪽)이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실점한 뒤 크게 낙담한 송종국을 위로하고 있다.[AFP]
박지성(오른쪽)이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실점한 뒤 크게 낙담한 송종국을 위로하고 있다.[AFP]
“오늘을 기억하겠다.”

한국이 사상 첫 결승 문턱에서 허무하게 무너진 순간 송종국(23)과 박지성(21)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벤치에 앉아 있던 김남일(25)은 이를 악물었다.

이들은 4년 후 독일에서 열리는 2006년 월드컵을 누빌 주역들. 그때쯤이면 대표팀 기둥으로 완숙한 기량을 뿜어낼 나이다. 이들 ‘3인방’은 이미 이번 대회에서 ‘새내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한국이 사상 첫 승, 사상 첫 16강, 사상 첫 8강, 사상 첫 4강을 이루기까지 이들의 다리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유럽 축구전문가들이 이들을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선수”라며 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것도 나이가 무색한 눈부신 활약 때문이다.

5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송종국은 이날 독일전에서도 어김없이 폭주기관차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독일 왼쪽 날개 마르크 보데의 측면 돌파는 어김없이 그의 발에 걸렸고 공격 때는 총알 같은 스피드와 폭넓은 시야로 독일 수비진을 헤집었다. 후반 18분 안정환의 결정적인 슛 찬스를 만들어낸 것도 그의 빠른 발이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 라운드 마지막 경기때는 전반 지능적인 수비로 루이스 피구의 발을 꽁꽁 묶어 세계인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 대회 들어 수비에 치중하면서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선보이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포르투갈전 결승골로 한국을 조 1위로 16강에 올렸던 박지성도 이날 어김없이 지친 한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한국의 공격이 교착상태에 빠진 전반 16분 홀로 오른쪽 측면을 돌파, 슈팅까지 연결했고 후반 들어서도 초반 한국의 역습은 대부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특히 박지성은 한국이 힘겨운 승부를 펼쳤던 이탈리아 스페인전에서 고비마다 날카로운 측면 돌파로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획득, 반전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날 벤치를 지켰지만 프랑스와의 평가전 때부터 ‘플레이메이커 킬러’로 명성을 떨친 김남일의 찰거머리 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패인으로 그의 부재를 꼽기도 했다.

대회 직전 한국과 평가전을 가진 프랑스의 천재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은 물론 이번 대회 들어 기대를 모았던 레이나(미국)-핀투(포르투갈)-토티(이탈리아)-바라하(이탈리아) 등이 모두 악착같은 김남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이천수 차두리 최태욱 등 교체 멤버들도 4년 후에는 이번 대회 경험을 발판 삼아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최성국 정조국 등 청소년대표 주역과 이번 대회 엔트리에는 탈락했지만 언제든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이동국과 고종수도 4년 후 한국의 못다한 꿈을 이뤄낼 주인공들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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