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김태영-최진철, 전차군단 폭격 막고 또 막고…

  • 입력 2002년 6월 26일 01시 56분


독일의 올리버 노이빌레(오른쪽)가 한국 수비수 최진철과 공을 다투다 넘어지고 있다.AP
독일의 올리버 노이빌레(오른쪽)가 한국 수비수 최진철과 공을 다투다 넘어지고 있다.AP
사투였다. 2경기 연속 연장 승부로 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부딪히고 차여서 몸은 성한 데가 없었다.

겨우 이틀 쉬고 다시 치르는 경기. 상대는 게르만의 혈통을 이어받은 독일. 스타팅 멤버로 나선 11명 중 9명의 키가 1m80이 넘었다.

한국팀의 후방을 책임진 노장 트리오 홍명보(33)-김태영(32)-최진철(31)은 악조건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이들 노장 수비수들은 전차처럼 밀고 들어오는 독일의 장신 공격수들을 맞아 뛰고 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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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전이 끝난 후 탈진해 링거주사를 맞았던 최진철.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교체되지 않고 507분을 모두 뛴 최진철은 쉴 틈이 없었다. 볼만 잡으면 문전으로 띄우는 독일의 공격을 봉쇄할 임무가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진철은 정확한 위치 선정에 이은 헤딩으로 평균 신장이 큰 독일과 공중전에서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정강이 부상으로 후반 10분 교체돼 나갈 때까지 5골을 모두 머리로 받아 넣은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봉쇄해 그의 ‘고공 폭격’을 막아냈다.

이탈리아전에서 코뼈가 내려앉아 코뼈보호대를 차고 나온 김태영. 코뼈가 부러져 헤딩할 때마다 쇠몽둥이로 머리를 내리치는 것 같은 고통이 따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공중볼을 걷어냈다. 악착같은 근성으로 밀착방어를 펼쳐 독일 공격수들이 점프를 제대로 못하게 해 무력화시킨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홍명보. 독일의 파상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 패스의 길목을 미리 읽고 차단하는 노련미도 여전했고 공격수들에게 길게 찔러주는 패스는 공격에 힘을 보태주었다. 홍명보는 마지막 힘을 그라운드에 모두 쏟아 부은 후 후반 34분 교체돼 나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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