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감독 “3위 반드시 차지”

  • 입력 2002년 6월 26일 02시 04분



그의 눈빛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경기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입을 굳게 다물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한국선수들을 바라봤다. 이만한 성적도 대단한 것이지만 그는 아직 ‘굶주린 배’가 채워지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사령탑답게 곧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루디 D러 감독에게 축하악수를 건넸고 올리버 칸 등 독일 선수들과도 손을 맞잡았다. 한국 선수들이 관중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벤치로 돌아올 때는 등을 툭툭 두드려줬다. 승리의 포옹은 더 이상 없었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에서 “전반전에 너무 얌전하게 경기를 했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는데….

“요코하마에 가지 못해 아쉽다. 독일은 여러 상황에서 좀 더 경험이 풍부했다. 후반전엔 몰아붙이려 노력했다. 전반전엔 우리가 독일 선수들에게 지나친 존경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정말 오랫동안 토너먼트를 치르며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이 그동안 경기에 임했던 태도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선수들이 많이 지쳤는지….

“변명을 늘어놓고 싶진 않다. 전반전에 파워 있게 경기를 펼치지 못했고 상대를 떨어뜨려 놓고 마크를 했다. 너무 얌전한 경기를 했다. 그게 바로 경험의 차이다. 후반전엔 다소 나아졌다. 우린 몇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갖지 못했고 독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봐서 독일이 좀더 경험 있었고 그게 바로 승부를 갈랐다.”

-한 골을 내준 상황과 그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당시 우린 게임을 컨트롤하는 중이었지만 미드필드에서 너무 볼을 오래 가지고 있었던 게 나빴다. 그게 바로 우리 스스로 무너진 결과가 됐다. 치명적이었다. 선수들이 골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까지 결정적인 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제 3, 4위전이 남았는데 어떻게 경기를 할 것인가.

“오늘밤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지만 우린 곧 회복할 것이다. 3위를 차지하기 위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선수들을 끌어올리겠다. 홈팬들을 위해 실망감을 반드시 회복하겠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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