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입을 굳게 다물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한국선수들을 바라봤다. 이만한 성적도 대단한 것이지만 그는 아직 ‘굶주린 배’가 채워지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사령탑답게 곧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루디 D러 감독에게 축하악수를 건넸고 올리버 칸 등 독일 선수들과도 손을 맞잡았다. 한국 선수들이 관중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벤치로 돌아올 때는 등을 툭툭 두드려줬다. 승리의 포옹은 더 이상 없었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에서 “전반전에 너무 얌전하게 경기를 했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는데….
“요코하마에 가지 못해 아쉽다. 독일은 여러 상황에서 좀 더 경험이 풍부했다. 후반전엔 몰아붙이려 노력했다. 전반전엔 우리가 독일 선수들에게 지나친 존경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정말 오랫동안 토너먼트를 치르며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이 그동안 경기에 임했던 태도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선수들이 많이 지쳤는지….
“변명을 늘어놓고 싶진 않다. 전반전에 파워 있게 경기를 펼치지 못했고 상대를 떨어뜨려 놓고 마크를 했다. 너무 얌전한 경기를 했다. 그게 바로 경험의 차이다. 후반전엔 다소 나아졌다. 우린 몇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갖지 못했고 독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봐서 독일이 좀더 경험 있었고 그게 바로 승부를 갈랐다.”
-한 골을 내준 상황과 그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당시 우린 게임을 컨트롤하는 중이었지만 미드필드에서 너무 볼을 오래 가지고 있었던 게 나빴다. 그게 바로 우리 스스로 무너진 결과가 됐다. 치명적이었다. 선수들이 골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까지 결정적인 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제 3, 4위전이 남았는데 어떻게 경기를 할 것인가.
“오늘밤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지만 우린 곧 회복할 것이다. 3위를 차지하기 위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선수들을 끌어올리겠다. 홈팬들을 위해 실망감을 반드시 회복하겠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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