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순박한 얼굴과 달리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아주 세련돼 있다.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는 개인기와 폭발적인 슛, 유연한 드리블…. 역대 월드컵에서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처럼 세련된 경기를 펼친 한국 선수가 있었을까.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날린 결승골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영표의 롱패스를 받아 공중에서 볼의 방향을 바꿔 수비수 한명을 제친 뒤 환상적인 왼발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가른 이 골은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기록한 것 가운데 ‘가장 멋있는 골’이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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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 박지성은 확실히 이번 월드컵을 통해 ‘떴다’. 개막직전 열린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데 이어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선 왼발 대포알 슛으로 세계최고 골키퍼인 프랑스의 바르테즈를 꼼짝 못하게 했다. 여기에 포르투갈전 결승골까지….
그가 골을 넣은 상대팀들은 하나같이 세계최강이었고 그가 날린 슛은 하나같이 그림이었다. 단기간에 이처럼 팬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한 선수는 박지성이 처음.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지성의 명성은 미미했다. 나이가 어릴뿐더러 남들처럼 축구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 게다가 1m76, 70㎏의 몸매도 운동선수치곤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을 만난 것은 그에게 커다란 행운. ‘스태미나의 화신’으로 불리는 박지성은 왜소한 몸매 대신 올림픽 대표시절 태릉선수촌에서 불암산을 오르는 크로스컨트리를 할 때마다 1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강한 체력을 지녔고 스피드도 뛰어났다.
히딩크 감독의 입맛에 딱 맞는 스타일의 선수. 대표팀에서 갈수록 출전기회가 늘어났고 ‘히딩크의 황태자’란 소리도 그래서 나왔다.
히딩크 감독의 조련 아래 경기를 치를수록 기량이 ‘일취월장’한 박지성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기량을 화려하게 꽃피우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전세계에 확실하게 알렸다. 벌써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영입움직임이 있을 정도. 해외리그의 스카우트들은 박지성의 어린 나이와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까지 일본 교토 퍼플상가와 연봉 6000만엔(약 6억원)에 계약돼 있는 박지성은 “유럽에서 부르면 어느 팀이든 가겠다”며 유럽무대진출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