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대망의 월드컵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한국 축구가 달성한 ‘4강 신화’를 성공적인 월드컵 대회 마무리로 이어가자는 국민의 열망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마지막 축제의 장이 될 29일 대구에서의 3, 4위전을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한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열정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
‘붉은 악마’ 회원 김홍준씨(31·회사원)는 “이제는 한국 축구의 붉은 악마가 아니라 전 세계 축구의 붉은 악마임을 보여줄 때”라며 “경기가 있는 마지막 날까지 붉은 악마들은 월드컵을 진정한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 뜨거운 응원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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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개 월드컵 축구경기장의 시설 확보와 관리를 담당했던 2002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건축사 김시형씨(35)는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경기장 관리에 최선을 다해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자존심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한국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인프라에 대한 세계의 격찬이 쏟아지고 있어 기분이 좋다”며 “지금까지 축적한 노하우들을 모두 자료로 준비해 월드컵의 영광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의 각종 게시판에도 잘 싸워준 한국 대표팀을 격려하고 월드컵이 끝나는 그 날까지 뜨거운 거리응원을 펼치자는 내용의 글들이 쏟아졌다.
월드컵조직위원회 게시판에는 ‘2년여의 노력으로 4강 신화를 일궈낸 선수들에게 감사하자’, ‘축제는 이제부터로 3, 4위전 때도 열띤 응원을 펼치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또 동아닷컴 월드컵 게시판에는 ‘우리나라를 꺾은 독일 국민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플레이에 감사하다’는 글도 올라와 한국 국민의 성숙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한국 축구가 이룬 이번 월드컵의 성과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한 채 일상으로의 복귀도 서둘렀다.
회사원 김석규씨(32)는 “한국팀의 선전으로 6월 한 달을 직장에서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내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축구를 통해 전 세계에 보여준 우리 민족의 저력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金晧起) 교수는 “거리응원을 통해 ‘우리’라는 의식을 배울 수 있었던 학생들은 학교나 가정으로 돌아가 협력과 이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은 월드컵을 통해 갖게된 무한한 자긍심을 일상생활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