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어제밤에 아랫니가 빠지는 꿈을 꿨어. 그러니까 너 오늘 조심해라. 윗니가 아니라 아랫니니까 아무래도 동생인 네가 조심해야 해.”
이 빠지는 꿈이 흉몽(凶夢)이라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윗니 아랫니 구분이 따로 있나 싶어 웃고 말았는데 웬걸, 그날 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오른손 검지를 심하게 삐었다. 그 누나가 한국이 승부차기로 스페인을 꺾은 다음날 밤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가 이길 줄 알았어. 전날밤 꿈을 꿨는데 쌀독에 흰 쌀이 그득하더라.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야.”
한국과 독일의 4강전이 있는 날 오후 이번에는 한 친구가 내기를 하자고 했다. 친구는 우리가 이기는데 걸겠다고 했다. 마누라가 꿈을 꿨는데 산길에서 도벨만 한 마리가 외롭게 울고 있더란다. 도벨만은 독일개 아닌가. 그러니 틀림없이 우리가 이긴다는 거였다. 그것 참, 매일밤 꿈꾸는 여자가 누나 말고 또 있었네. 나는 그런 생각에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제발 친구 아내의 꿈도 누나 꿈처럼 맞기를 바랐다.
그러나 졌다. 친구 아내의 꿈은 ‘개꿈’이었나 보다. 사실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포르투갈전에서 한계에 이르렀을 것이다. 원래 16강이 목표였으니 말이다. 그랬는데 4강까지 올랐으니 이후 세 경기는 그야말로 정신력으로 뛴 셈이다. 그런데도 내로라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했다. 그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장하다.
미국의 누나에게서는 다시 전화가 없다. 독일과 경기를 하기 전날 밤에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전진우 논설위원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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