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통해 모처럼 이룩한 국민통합 분위기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책 중에는 ‘관료주의적 발상’이 적지 않고 사실상 실현이 어려운 무책임한 내용이 곳곳에 끼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나서면 스포츠가 산다?〓포스트 월드컵 대책 중 그나마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내용은 축구 육성을 위한 아이디어 정도.
‘한중일 3국 프로축구 우수클럽 대항전’(가칭)을 정기적으로 열고 월드컵 개최도시에 2005년까지 프로축구구단 6개를 신설하며 차기 월드컵에 대비해 ‘유소년 축구클럽’을 대폭 늘려 전국 클럽대항전을 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전국적으로 7800여개로 추산되는 축구동호인 클럽을 1만여개로 늘리고 어린이 축구교실을 35개에서 1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축구를 육성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李彦五) 상무는 “월드컵이 성공했다고 해서 관 주도로 축구를 육성하겠다는 것은 관료주의적 사고”라며 “정부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축구 열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뒤에서 토양을 만드는데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이번 월드컵이 성공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역할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라 면서 “젊은 세대의 자발적 역동성이 월드컵을 성공시켰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성공이 경제로 연결될까〓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4강 진출에 따른 경제효과를 26조원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월드컵 효과를 살리고 응집된 국민 역량을 모아 연평균 6%씩 성장, 2010년 국민소득 3만달러의 경제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높아진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수출상품 10% 고가화 전략’을 전 기업에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민관합동 정보기술(IT)산업 해외진출 추진위원회를 7월중 구성해 IT수출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 독려하고 수출 확대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兪炳圭) 수석연구원은 “월드컵의 에너지를 경제적 효과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정부 주도의 수출전략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 뒤 “기업들은 월드컵이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각자 전략을 세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