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호나우두는 결코 허황된 큰소리를 친 것이 아니었다. 30일 독일과의 결승을 남겨둔 27일 현재 6골을 터뜨려 당당히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무득점에 그쳤으나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에서 2골을 터뜨린 덕분에 6경기에서 6골을 기록, 경기당 평균 1골을 넣은 셈이다.
6골은 월드컵에서 ‘마의 숫자’로 불린다. 78년 아르헨티나대회부터 득점왕은 언제나 6골에 묶여 왔다. 호나우두의 불같은 기세를 볼 때 이런 징크스는 깨질 공산이 커졌다. 호나우두는 이미 ‘새로운 역사는 시간 문제’라고 선언이라도 한 듯 하다.
우선 호나우두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팀 동료와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더위와 습도에 충분히 대비했다. 말레이시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포를 쏘아올린 호나우두는 미리 땀을 흘려둔 덕분에 경기 내내 좀처럼 지치는 법이 없었다. 한국에 와서도 홀로 땀복을 입고 공을 차며 컨디션 조절에 힘을 기울였다.
호나우두는 터키와의 4강전을 앞두고는 허벅지 부상과 갑작스러운 헤어스타일 변화로 관심을 끌었다. 잉글랜드전에서 부상을 입어 준결승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오히려 터키전에서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상대의 경계를 늦추게 한 뒤 골 사냥에 나서기 위한 ‘연막작전’이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들 정도. 또 빡빡 민 머리 앞쪽에 부채꼴 모양의 짧은 머리털을 남겨 놓은 독특한 머리 모양을 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호나우두는 “재미 삼아 해봤다”고 말했지만 돌연한 머리 스타일 변화로 각오를 다졌을지도 모를 일.
철저하게 ‘준비된 득점왕’의 면모를 보인 호나우두는 과연 야망을 이룰 것인가.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역대 월드컵 득점왕 | |||||
대회 | 연도 | 장소 | 득점왕(국가) | 골수 | 출전경기 |
1 | 1930 | 우루과이 | 스타빌레(아르헨티나) | 8골 | 4 |
2 | 1934 | 이탈리아 | 스키아비오(이탈리아) | 4골 | 4 |
코넨(독일) | |||||
네이에드리(체코) | |||||
3 | 1938 | 프랑스 | 레오니다스(브라질) | 8골 | 4 |
4 | 1950 | 브라질 | 아데미르(브라질) | 9골 | 6 |
5 | 1954 | 스위스 | 코치슈(헝가리) | 11골 | 5 |
6 | 1958 | 스웨덴 | 퐁텐느(프랑스) | 13골 | 6 |
7 | 1962 | 칠레 | 가린샤(브라질) | 4골 | 5 |
예르코비치(유고) | 5 | ||||
바바(브라질) | 6 | ||||
이바노프(소련) | 4 | ||||
산체스(칠레) | 6 | ||||
알베르트 | 4 | ||||
8 | 1966 | 잉글랜드 | 에우세비오(포르투갈) | 9골 | 6 |
9 | 1970 | 멕시코 | 뮐러(서독) | 10골 | 6 |
10 | 1974 | 서독 | 라토(폴란드) | 7골 | 7 |
11 | 1978 | 아르헨티나 | 켐페스(아르헨티나) | 6골 | 7 |
12 | 1982 | 스페인 | 롯시(이탈리아) | 7 | |
13 | 1986 | 멕시코 | 리네커(잉글랜드) | 5 | |
14 | 1990 | 이탈리아 | 스킬라치(이탈리아) | 7 | |
15 | 1994 | 미국 |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 7 | |
살렌코(러시아) | 3 | ||||
16 | 1998 | 프랑스 | 수케르(크로아티아) |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