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2번째 선수’로 응원에 몰두한 탓에 28일 만난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날 정도로 잠겨 있었다.
“관중 앞에서 음악을 던진 것 뿐인데 어느 순간 하나가 됐다. 모두 함께 어깨동무를 했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본 요코하마까지 못간 게 아쉽지만 3, 4위전이 열리는 29일 대구에서 다시금 신명나게 놀아볼 생각이다.”
그는 한국전이 열리는 월드컵경기장에서 사물놀이팀 40여명과 함께 북 꽹과리 연주와 전통민요 ‘쾌지나 칭칭나네’ 등을 노래하며 객석의 흥을 돋웠다. 특히 ‘아해허’라는 창작곡을 선보여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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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개 버전으로 선보인 ‘아해허’는 백성들을 모을 때 외치는 우리 고유의 소리다. 한국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상대방 선수를 주눅들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그가 월드컵 응원에 앞장선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아비뇽에서 한국팀 경기를 바라보며 응원 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 ‘월드컵 사물놀이단’을 결성해 한국 고유의 리듬을 담은 응원가를 만들었고 붉은 악마와 힘을 합쳤다.
“경기장 안팎에서 응원을 펼치는 수많은 군중의 모습에서 우리만의 기질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현대적인 우리 전통이 자연스럽게 계승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 큰 소득이었다.”
김씨는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질 높은 한국 음악을 알리기 위해 외국으로 떠난다. 7월5∼12일 일본 6개 도시를 순회하는 ‘한일음악제 2002’ 공연과 7월14∼8월1일 한-러 친선 유라시아 횡단 콘서트를 연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사물놀이 열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