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응원 세계에 과시” 대구 곳곳 터키어 현수막

  • 입력 2002년 6월 29일 17시 47분


“대한민국 만세, 터키 만세….”

29일 한국-터키전의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90여분 동안 깨끗한 경기를 펼친 양국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와 함께 만세 구호가 터져 나왔다.

대구월드컵경기장의 관중은 한국이 터키에 2-3으로 아깝게 졌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국 선수들과 훌륭한 기량을 보여준 터키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구 시내 주요 거리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한국 선수들이 전반에 3골을 허용하자 “오늘은 이기기 힘들겠다”며 초조해하다가 경기 종료 직전 송종국 선수의 추가 골이 터지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경기가 끝나자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48년 만에 4강에 오른 선수들을 격려했다.

마지막까지 질서 있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 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경기장과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회사원 정한수씨(35)는 “한국이 6·25전쟁 때 지원군을 파견한 혈맹국 터키와 벌이는 경기라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경기를 지켜봤다”며 “승패에 상관없이 양국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월드컵 3, 4위전이 열리는 날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한 데 대해 “용서받을 수 없는 반민족적 행위”라는 반응을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이날 오후 두류공원을 찾은 대학생 김아영씨(22·대구 달서구)는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거리응원에 참가했다”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거리응원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응원했다”고 말했다.

대구월드컵경기장 서쪽 광장에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터키 서포터스 등 20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터키팀을 환영하는 댄스 공연과 록밴드 연주, 응원단 시범 등 축하공연이 열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대구시는 경기장 부근과 시내 곳곳에 터키어로 ‘우리는 터키를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대형현수막 수십장을 내걸어 터키팀을 맞는 대구 시민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경북 포항시민 2만여명도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이날 5호 광장에 모여 양국 선수들의 선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날 대구 경북에서는 모두 25만여명이 거리응원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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