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의 플레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했다.
잇따른 격전으로 선수들이 모두 지쳐 있던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한국팀의 활력소가 됐던 송종국은 이날도 경기장 끝에서 끝을 오가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4강전을 치르고 이틀밖에 쉬지 못해 미처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터키 선수들 누구도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송종국을 막지 못했다.
전반 9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다 바슈튀르크의 백태클에 넘어져 이을용의 득점으로 이어진 프리킥을 얻어낸 것은 그의 활약을 알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송종국은 전반 1-3으로 끌려가자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직접 골문을 노렸다. 후반 7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모서리에서 안쪽으로 몇 발짝 드리블한 뒤 수비수 2명 사이로 대포알 같은 슛을 날렸다. 6만여 관중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지만 슛은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전광판 시계는 멎고 추가 시간 3분도 거의 지날 무렵.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을 파고 든 송종국은 페인트 동작으로 수비수를 제친 후 벼락같은 오른발 슛을 날렸다. 송종국의 발끝을 떠난 볼은 차두리의 엉덩이를 맞고 왼쪽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597분을 모두 뛴 송종국은 이날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강철 체력을 과시하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대구〓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이을용-7명 벽 넘어 그림같은 프리킥골▼
이을용(27·부천 SK)의 왼발이 다시 한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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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용은 이영표가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포르투갈전부터 4경기 동안 벤치를 지켜야했다. 김남일의 부상으로 이영표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출전기회를 잡았지만 이을용은 꿩 대신 나온 닭이 아니었다. 이천수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왼쪽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터키 공격수들이 볼을 잡으면 부지런히 달려가 에워싸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게 했다. 뛰어난 스피드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터키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오른쪽 미드필더 위미트 다발라는 이날 이을용에게 막혀 경기 내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을용은 후반 16분 차두리와 교체돼 나왔지만 90분을 뛴 선수 이상 가는 활약을 펼쳤다.
대구〓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