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브라질의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54·사진)이 2002 한일월드컵 브라질팀 엔트리를 발표했을 때 브라질 언론은 그를 가리켜 ‘공적’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대통령의 응원까지 등에 업은 노장 스트라이커 호마리우를 끝내 대표팀에서 제외시켰기 때문. 팬들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 속에서 스콜라리 감독은 “선수는 서포터가 아닌 감독이 선발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집불통’ 스콜라리 감독이 드디어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은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스콜라리 감독은 축구계의 승부사로 통한다. 경기의 내용이야 어찌됐건 승부가 최우선. 투지를 강조하는 그의 이런 승부 철학이 남미예선에서도 탈락 위기에 놓였던 브라질 축구의 색깔을 바꿔놓았다.
결승 맞상대인 독일의 루디 D러 감독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것과 달리 스콜라리 감독은 선수 시절 무명의 설움을 겪었다. 현역 시절 수비수. 선수 시절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87년 브라질 프로리그 크레미오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점차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95년과 99년 브라질 리그 우승. 지난해 6월 위기에 빠진 브라질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경기 중이나 훈련 중에도 다혈질의 성격을 숨기지 않는 감독. 스콜라리 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동작이 나오면 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도 불러 세워 호통을 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끊임없이 선수들과 대화하고 호흡을 맞추는 그의 성격은 선수들의 반발을 부르기보다는 오히려 존경의 대상이 됐다. 브라질의 우승에는 선수 개개인의 탁월한 능력에 앞서 스콜라리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팀워크가 한몫을 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