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전의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자 각국 취재진 사이에서는 브라질의 승리 못지않게 ‘세계 최고의 심판’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콜리나 피엘위기(42)의 공로를 칭찬했다.
큰 경기일수록 위험한 태클, 은밀한 반칙이 많이 생겨 주심의 휘슬이 자주 울리고 경기의 흐름은 끊기게 마련이다. 피엘위기 주심은 이날 경기시작 후 6분과 9분에 각각 브라질과 독일 선수에게 경고장을 들이밀면서 과열기미를 조기진화했다. 후반 들어 경기 내용은 더욱 격렬해졌고 우승을 다투는 두 팀 선수들의 신체 접촉이 많아졌지만 피엘위기 주심의 판정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다.
그는 결승전 심판으로 결정된 뒤 다짐한 대로 엄정한 판정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것.
피엘위기 주심은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축구 결승, 프랑스월드컵 결승, 유럽챔피언리그 결승 등 빅 매치의 주심을 맡는 등 6년여 동안 국제대회에서 활동했다.
시원하게 밀어버린 머리털 때문에 더욱 커다랗게 보이는 눈을 가진 그는 때로 항의하는 선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검지손가락을 흔들며 ‘엉뚱한 소리 말라’는 특유의 제스처로 유명하다.
한편 경기장 주변에서는 이날 독일의 패배를 과거 ‘헤어드라이어 사건’과 결부시켜 “피엘위기 주심이 아직 그 사건을 잊지 못한 것 같다”며 한마디했다. 헤어드라이어 사건이란 수년 전 독일축구협회가 피엘위기 주심의 경기 판정 결과에 불만을 품고 머리털이 없는 그에게 전혀 불필요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 헤어드라이어를 선물로 보냈던 것. 악의적인 것은 아니었고 장난삼아 보낸 것이기는 했지만 피엘위기 주심은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여 몹시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 월드컵 예선에서 독일이 홈에서 잉글랜드에 무려 1-5로 대패했을 때에도 피엘위기 심판이 주심을 맡았는데 당시에도 독일에서는 “피엘위기 주심이 아직 분이 덜 풀린 것 같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결승전에서는 패배한 독일이 불리했다고 우길 만한 판정은 전혀 없었다는 평가였다.
요코하마〓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