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월드컵 열기를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이어가고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경기장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으로 국가적으로는 4강 진입과 대대적인 거리응원으로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민 통합이란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작 경기를 치른 지자체들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특수를 누리지 못해 별로 얻은 것이 없는 게 사실.
이에 따라 경기장 건설과 각종 시설 마련에 엄청난 돈을 쏟은 각 지자체는 경기장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비용의 일부를 보전하고 경기장 유지비를 충당하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당초 중국인 등 54만명의 외국인이 월드컵 기간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찾은 외국인은 60%도 채 안 되는 31만명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장 활용 방안 마련〓서울시는 프로축구단을 유치하고 각종 경기와 대규모 공연을 유치해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한국까르푸에 연간 91억원에 20년간 할인점을 임대하기로 하는 등 최근 11군데 부대시설의 임대를 위한 입찰을 실시해 110억원에 가계약을 맺었다.
부산시는 경기장 시설을 레저 스포츠 및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한편 대형 판매시설 유치 등 수익사업을 위해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역연고 프로축구단인 현대산업개발의 아이콘스 전용구장을 구덕운동장에서 이 곳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대구시는 경기장 지하에 레저단지와 상가, 식당가 등 복합상업공간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아직 입주 희망업자들이 나타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시는 월드컵 열기 확산에 힘입어 지역 연고 프로축구단 창단을 추진해 경기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는 프로축구 연고팀의 홈 경기를 연 25회 이상 열고 경기장 내외에 광고를 유치해 연간 6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또 경기장에 할인점과 콜라텍 문화센터 등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대전시는 경기장 지하 1층 주차장을 할인매장으로, 지상 1층은 실내 골프장과 수영장 등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지만 아직 희망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빗나간 예상, 예고된 적자〓제주 서귀포시는 5만∼7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예상했지만 실제 관광객이 2만2000명에 그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경기장 건설에 투자한 돈은 1125억원으로 이 중 350억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기 때문에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있다.
울산시는 당초 관광객 등 5만여명이 찾아 1078억원을 쓸 것으로 예상하고 406개 지정 숙박시설에 3자 통역기를 설치하는 등 16억5600여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실제 울산을 찾은 외국인은 2만여명에 불과했고 지정숙박시설에는 외국인이 거의 투숙하지 않았다.
수원시는 당초 8만명의 외국인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4만5000여명이 방문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장안구 송죽동 월드빌리지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캠프촌은 조기에 문을 닫아야 했다.
인천시는 ‘중국 특수’를 기대했지만 출입국 심사 강화와 중국팀의 16강 탈락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주는 한국팀이 D조 1위로 16강에 올라가는 바람에 한국팀 경기를 치르지 못해 기대했던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월드컵을 계기로 경기장과 주변 도로 건설 등 도시 기반시설을 확충했고 도시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린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