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한일공동개최로 결정된 후 지속적으로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해 협력해온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번 대회 기간중에도 취재 협력, 기사교류 등으로 성가를 드높였다.
양사는 월드컵 폐막과 함께 이번 대회의 성과와 의미 등을 정리하는 좌담회를 1일 일본 도쿄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가졌다.
◇참석자
▽아사히신문 스포츠부〓다나카 모토유키(田中基之), 추바라 신이치(忠鉢信一)기자
▽동아일보 월드컵특별취재팀〓조헌주차장, 주성원기자》
▼되돌아 본 2002월드컵 ▼ |
▽다나카〓한국 팀이 거둔 4위 성적은 놀랍기만 하다. 일본이 우승한 2000년 바레인 아시안컵 때 한국팀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한국에 비해 일본의 실력은 확실히 우위였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한국팀은 극적으로 변했다.
▼한국 생각하는 축구 인상적
▽추바라〓한국팀은 안정환 박지성 이천수 송종국 등 선수 개인의 기량이 잘 발휘됐다. 체력면에서는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유럽이나 남미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무턱대고 뛰어다니기만하던 저돌맹진(猪突猛進)형에서 조직적인 두뇌 플레이로 전환하면서 선수들의 강력한 힘이 멋지게 발휘됐다.
▽주성원〓한국팀은 좋은 감독 밑에서 훈련해왔고 목표했던 것 이상을 달성했다. 운이 좋은 면도 있지만 유럽 강호와 대등한 경기를 할 기량이 있기 때문에 운이란 것도 작용할 수 있다. 젊은 선수의 대활약은 이전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조헌주〓놀라운 스피드와 지칠줄 모르는 스태미너로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함으로써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 선수에 비해 아시아권 선수는 체격이 달라 아무리 해도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했다는 점에 큰 뜻이 있는 것 같다.
▼日 트루시에 4년 성과 거둬
▽주〓일본팀도 트루시에 감독 체제 4년의 성과를 충분히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노 신지, 나카타 히데토시, 산토스 알렉산드로 선수 등 미드필드에서 활동적이고 공격적인 선수가 많았다. 조직 수비 내용도 좋았지만 스트라이커의 골결정력 부진이 아쉬웠다.
▽다나카〓그렇다. 16강 진출만 해도 일본은 대단한 성적이다. 한국이 대활약한 것과 비교해‘일본도 터키만 꺾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실력은 역시 터키가 우위였다.
▽추바라〓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강점과 약점을 드러냈다. 강점은 여러 선수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숏패스로 기회를 만든는 것이다. 그러나 수비가 강력한 팀에게는 힘의 한계를 드러냈다. 나카타나 오노 처럼 격한 몸싸움 중에서도 높은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많이 확보해야 할 것 같다.
▽조〓당초 목표를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열풍’에 밀려 일본 매체로부터 몰매를 맞다시피한 트루시에 감독이 안쓰럽다.
▽다나카〓한국팀의 활약을 뒷받침한 것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구호로 잘 알려진 열렬한 응원단이다. 붉은 티셔츠로 덮힌 스탠드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본 분위기도 뜨거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한민국 붉은함성 놀라워
▽추바라〓한국 응원 모습을 보면서 선수와 팬 사이의 끈은 6개 대회에 연속출전한 한국이 2번 출전한 일본 보다 훨씬 강함을 느꼈다. 하지만 축구 자체를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일본 관중도 뒤지지 않았다. 일본 팬들은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카메룬 브라질팀 등에 성원을 보내며 다양한 스타일의 축구를 만끽했다.
▽주〓확실히 일본인의 응원은 한국과는 달랐다. 일본인들이 월드컵을 ‘축제’로 여기며 자국팀 외에도 좋아하는 나라 팀을 자국 팀 이상으로 열렬히 응원했는데 인상적이었다.
▽조〓앞으로 한일 축구 교류도 활발해질 것 같다. 정기전 부활도 검토할 만하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리그전도 가능할 것 같다.
▽다나카〓1년에 한차례로 못박지 말고 틈틈이 양국간 친선경기를 해야한다. 이만큼 좋은 라이벌은 어디에도 없다.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처럼 서로 실력을 갈고 닦으며 대결하면 양팀 모두 실력이 높아진다. 중국 등을 포함하면 더 좋을 것이다.
▽주〓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축구는 한 단계 수준이 올라갔다. 두 나라는 라이벌이었고 앞으로도 라이벌로 남을 것이다. 4년 후에는 월드컵대회 진출권을 놓고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은 항상 ‘세계 속의 축구’를 생각하면서 발전적으로 경쟁해야한다. 이번 대회는 축구 행사로 그치지 않고 한일 양국민에게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는 ‘문화충격’의 계기로 작용한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일본 언론매체에 연일 소개되는 한국 관련 소식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한일 양국의 문화, 특히 대중 문화 교류의 물꼬가 트인 것으로 본다.
▼일본인, 한국응원 잊지못해
▽조〓40일간의 일본 취재중 도쿄와 오사카의 ‘코리아타운’에서 큰 변화를 목격했다. 처음에는 유학생과 나이 든 재일교포가 응원했으나 나중에는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교포 3세와 일본인들까지 찾아와 함께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식당주인, 택시운전사 등 우연히 만난 일본인들이 진심으로 한국팀의 결승 진출을 성원하던 일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다나카〓개막전 서울 신촌에서 대학생들을 만났는데 교과서로 배운 일본의 인상은 좋지 않았는데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많아진 일본 관련 정보를 통해 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역시 만나는 기회가 많아야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양국민간 관계는 훨씬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정리〓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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