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이 유럽 프로축구로의 복귀를 기정 사실화했다. 히딩크 감독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국내 언론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가졌다.
히딩크 감독은 이 자리에서 “매일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마주할 수 있는 클럽 지도자를 희망한다”며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떠날 뜻을 분명히 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어 “2개 클럽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아인트호벤 쪽이 지원 등의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고 밝혀 사실상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감독으로 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히딩크 감독은 특히 “아인트호벤과는 내가 향후 한국 축구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유럽에 진출시키는 것도 한국 축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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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은 회견에 앞서 10여분간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털어놨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팬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대단한 일을 해냈다”면서 “한국대표팀도 잘했지만, 열렬한 응원 속에서도 단 1건의 사고나 폭력도 없었던 한국 팬들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팬들의 열정과 성숙한 의식을 칭찬했다. 히딩크 감독은 또 “한국의 월드컵 운영도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내 요구를 제대로 잘 따라줬고, 단 1분도 경기에 못 뛴 선수도 있지만 그들 전부가 꼭 같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4강 진출은 기대 이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노장 선수들이 퇴장하고 젊은 선수들이 2004년 올림픽에서 경험을 쌓고 2006년 월드컵에서 주축 선수로 자라날 수 있도록 언론이 도와주어야 한다”며 “지나친 기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히딩크 감독은 마지막으로 “따뜻한 환경 속에서 일했고 한국과의 따뜻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그것이 내가 지금 이별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