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연인 엘리자베스

  • 입력 2002년 7월 4일 18시 38분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고 해단식장에 입장하는 히딩크 감독. - 연합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고 해단식장에 입장하는 히딩크 감독. - 연합
‘외로운 승부사’ 거스 히딩크 감독(56) 곁엔 항상 한 여인이 지키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먼 타국 땅에서 힘겨운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그녀에게 의지하며 견뎌왔다.

수리남출신의 흑인 피나스 엘리자베스(30대 중반으로 추정).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5월1일 경기 하남시 미사리축구장에서 열린 나이키프리미어컵 유소년축구대회 개막식에 그녀와 함께 나타나 한국에서 ‘그들의 관계’를 공식화하며 인종을 뛰어넘는 사랑을 감행했다.

그러나 동양적 문화 때문에 히딩크 감독과 엘리자베스씨를 보는 시각은 좋지 않았다. 공과 사를 확연히 구분하는 서양적 사고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겠지만 일부에서 그들의 관계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봤던 게 사실. 특히 부인과 별거하고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다는 것에 다소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컨페더레이션스컵과 유럽 전지훈련 등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일부 언론에서 ‘여자 문제’를 걸고넘어지며 비난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공과 사는 다르다”며 그녀의 신상을 묻는 기자에게 “머리통을 날려버리겠다”는 심한 말로 대응하는 등 매번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늘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그녀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히딩크 감독이 ‘엘리자베스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감싸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러고 보면 엘리자베스씨도 한국의 월드컵 4강신화에 일익을 한 셈이라 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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