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반기를 마친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받아든 성적표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통틀어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박찬호보다 나쁜 평균자책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4월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즌개막전에서부터 허벅지 부상을 당하며 꼬이기 시작한 2002시즌. 6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도 선발 6과 3분1이닝 동안 1홈런 포함, 9안타 5실점으로 실망을 안겼다. 그나마 9회말 텍사스가 7-6으로 역전승해 패전투수의 멍에를 벗은 게 불행중 다행.
A급투수에서 1년도 안돼 C급 투수로 전락한 박찬호의 전반기 부진 원인은 뭘까.
▽잘못된 만남?〓시즌전 FA투수 1순위인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둥지를 틀자 현지 언론에선 “다저스를 떠나 아메리칸리그에선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 홈과 원정경기에서의 경기내용이 너무 다른 점을 들었다. 사실 박찬호는 ‘홈구장 편식’이 심했다. 다저스타디움은 파울지역이 넓어 ‘투수들의 천국’으로 불리우는 구장. 박찬호는 지난해 홈에서 10승4패 평균자책 2.35이었으나 원정경기에선 5승7패 평균자책 4.83을 기록했다. 투수에게 유리한 다저스타디움만 떠나면 평범한 투수로 변해버렸던 것.
게다가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제가 없어 내셔널리그보다 방망이가 한수위. 특히 박찬호의 커브에 대해서 유난히 강점을 보였다. 생소한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에 대한 분석이 미비했던 점도 부진에 한몫했다.
▽먹튀 아냐?〓‘먹튀’는 ‘먹고 튀어라’의 준말로 야구계에서 몸값을 제대로 못한 선수를 일컫는 말. 박찬호는 시즌내내 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5년간 7100만달러(옵션 600만달러 포함)로 팀내 투수 가운데 최고 몸값의 선수. 게다가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에이스 호칭도 들었다. 텍사스에서 대우해준 만큼 보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예민한 박찬호의 성격상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정말로 참기 힘든 상황이다.
▽배터리가 다 됐다?〓박찬호는 풀타임 선발투수로 고정된 97년부터 5년간 단 한번의 부상도 없이 매년 190이닝 이상을 소화해냈다. 기계가 아닌 이상 한번쯤 이상이 올때가 됐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허리부상으로 고생하더니 올해엔 허벅지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몸에 가는 무리를 줄이기 위해 투구폼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공의 위력은 예전만 못하다. 타자들을 압도하는 불같은 강속구는 온데 간데 없고 변화구 투수로 전락했다. 그는 6일 경기가 끝나고 “앞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 새로운 것보다는 해왔던 것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의 계기가 없다면 결과 역시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박찬호 전반기 등판일지 | |||||
날짜 | 상대팀 | 투구이닝 | 투구내용 | 스코어 | 승패 |
4.2 | 오클랜드 | 5 | 9안타(2홈런) 6실점 | 3-8 | 1패 |
5.13 | 디트로이트 | 5 | 4안타 1실점 | 5-1 | 1승 |
5.19 | 디트로이트 | 6과 3분의1 | 7안타 5실점 | 7-8 | |
5.29 | 미네소타 | 3과 3분의1 | 4안타(1홈런) 6실점 | 4-11 | 2패 |
6.3 | 캔자스시티 | 5와 3분의1 | 5안타(2홈런) 5실점 | 8-6 | 2승 |
6.8 | 애틀랜타 | 1과 3분의1 | 8안타(1홈런) 9실점 | 7-13 | 3패 |
6.13 | 신시내티 | 6 | 4안타(1홈런) 4실점 | 10-4 | |
6.19 | 시카고 컵스 | 5 | 4안타 3실점 | 3-4 | |
6.24 | 피츠버그 | 6 | 4안타 2실점 | 10-4 | 3승 |
6.29 | 휴스턴 | 7과 3분의2 | 7안타(1홈런) 5실점 | 5-6 | 4패 |
7.6 | 볼티모어 | 6과 3분의1 | 9안타(1홈런) 5실점 | 7-6 | |
합계 | 11경기 | 57과3분의1 | 61안타(10홈런) 51실점 | 3승4패 평균자책 8.01 |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