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성적은 묻지마” 태극전사가 구단인기 좌우

  • 입력 2002년 7월 19일 17시 37분



“우리 팀에는 월드컵 멤버가 없어서 걱정이에요. ‘오빠 부대’가 없잖아요.”

성남 일화와 부천 SK의 경기가 주중 벌어졌던 17일 성남 종합운동장. 성남 구단 관계자가 농담을 하듯 고민을 털어놓았다.

구단 관계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요즘 프로 구단의 인기는 정규리그에서의 성적과는 관계가 없는 듯하다. ‘태극 전사’가 있느냐 없느냐가 인기의 척도다.

전남 드래곤즈의 김남일은 월드컵 이후 몸 만들기에 주력하며 그라운드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인기 만큼은 최고다. 7위에 머물고 있는 소속팀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부산 아이콘스의 성적은 8위지만 팬들의 관심은 온통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 송종국에 쏠려있다. 선두 전북 현대의 간판 스타가 골잡이 김도훈에서 수비수 최진철로 바뀐 것은 월드컵 직후의 일이다.

다행히 프로축구는 월드컵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갈만한 분위기를 타고 있다. 굳이 월드컵 대표선수들의 활약이 아니더라도 김은중, 이동국 등 젊은 스타들이 제 몫을 해내고 있고 외국인 선수들도 저마다의 맹활약으로 경기를 재미있게 끌고 가고 있다.

17일 성남 구장에는 2만4000여명의 관중이 찾았다. 성남과 부천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관중수와 경기 내용만을 본다면 오빠 부대 따위는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경기였다. 그래도 구단은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여전히 많은 팬들의 관심이 월드컵 대표 선수들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을 우려하며 ‘태극 전사’의 팀을 부러워했다. 자칫 거품이 빠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이런 걱정이 사라지려면 프로축구가 끊임없이 공격적이고, 수준높은 경기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스타가 아닌 ‘축구’를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이 늘어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98년에도 프로축구는 전성기를 누렸고, 당시 ‘관중폭발’을 이끌었던 선수 중 한 명이 수원 삼성의 고종수였다. 고종수는 17일 포항에서 11개월만의 복귀전을 가졌다. 고종수는 이날 “지금은 팬들이 특정 선수만을 응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프로 축구의 부침을 경험한 선수의 말이어서 의미있게 들렸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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