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에 그와의 비교는 기분 좋은 일이에요. 앞으로는 내가 먼저 거론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어요(1998년 5월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미국투어 첫 승을 따낸 뒤).
김미현
▽나는 내가 작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오늘 로빈스(김미현보다 20㎝가 더 큼)와 내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보고 정말 내가 작긴 작다고 생각했어요(2002년 7월 자이언트이글클래식에서 켈리 로빈스를 제치고 22개월 만의 우승을 맛보고 나서).
박지은
▽물론 세리, 미현 언니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러나 같은 한국선수이고 타국에서 외롭게 투어를 다니므로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친자매같이 지내고 싶어요(2000년 8월 미국 퓨처스투어 상금왕을 확정지으며 미국 투어 풀시드를 따낸 뒤 가진 인터뷰에서 선배 박세리와 김미현을 의식하느냐는 질문에).
박희정
▽국내 프로테스트 통과는 시작에 불과해요. 제 목표는 세계 정상 등극입니다(호주 유학생활을 거쳐 1998년 4월 국내 프로테스트를 1위로 통과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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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자이언트이글클래식 우승)-박인비(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 우승)-박희정(빅애플클래식 우승)-강지민(퓨처스클래식 우승).
지난 일주일 사이에 미국에서 한국 여자 골퍼들이 잇따라 낭보를 전해 왔다.
한국 여자 골퍼들이 해외에서 프로와 아마를 불문하고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한국 낭자군단은 미국 LPGA투어에서 모두 7승을 올렸다. 출전 선수가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홈코스’의 미국 선수들이 기록한 9승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올해도 한국은 박희정(CJ39쇼핑)이 우승한 빅애플클래식까지 모두 19개 대회 가운데 4승을, 미국은 5승을 기록 중이다. 98년 박세리(25)가 진출한 이후 미국 LPGA투어의 가장 막강한 ‘해외파’로 자리잡은 한국 낭자군단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강인한 정신력과 검증된 실력〓전문가들은 한국 여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을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인 골프에서 정신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한국 낭자군단은 이미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실력을 검증받은 소위 ‘엘리트’. 한국 최초의 미국 PGA투어 우승자인 최경주(슈페리어)는 “우승해 본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는 엄청나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여자 골퍼들은 바로 우승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외로 선수층이 얇은 미국 LPGA투어〓불과 10명 정도의 톱랭커들의 각축장에 불과한 것이 미국 LPGA투어의 현주소다. 이는 미국의 경우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골프레슨을 받고 그나마도 학업 부담이 큰 것과 연관돼 있다. 타이거 우즈와 박지은 강지민이 결국 대학을 중퇴하거나 휴학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 달리 운동선수로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주니어시절부터 스파르타훈련을 받은 한국 낭자군단의 경기력과 승부 근성은 같은 연령대의 미국 선수들을 압도한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제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문화(언어, 음식 등)가 다른 이국 땅에서 생활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 여자 골프선수들이 미국 진출을 꺼리고 성적도 신통치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일본투어 상금 규모가 미국투어에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한 데 굳이 미국에서 고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낭자군단은 24시간 함께 동고동락하는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이국 생활의 외로움과 향수병을 떨쳐버리고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미국 LPGA투어의 다른 외국 선수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다.
▽든든한 스폰서〓박세리가 ‘도전정신’을 가지고 98년 과감히 미국 LPGA투어를 노크하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한국 낭자군단의 미국 진출은 좀 더 훗날로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박세리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김미현 등 ‘후발 주자’들이 잇따라 미국투어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든든한 스폰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한 시즌에 무려 20만달러 안팎이나 들어가는 미국투어 경비를 자비로 충당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48억원 +α … 박세리 美진출 4년반만에 ‘재벌’로
‘벤처기업 박세리’는 얼마나 많은 황금알을 낳았을까.
박세리는 미국 LPGA투어에서 대회 출전에 따른 통산 상금만으로 7월 31일 현재 485만5663달러(약 58억원)를 벌어들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30평대 아파트 열 채 정도는 거뜬히 살 수 있는 금액. 98년 미국 무대에 뛰어들었으니 평균 연봉은 100만달러(약 12억원)가량 된다. 또 미국투어에서 381라운드를 소화해 18홀을 돌면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박세리는 상금말고도 각종 스폰서 계약으로 엄청난 가욋돈을 챙겼다. 골프용품 업체인 맥스플라이와 용품 계약으로 3년 동안 해마다 10만달러를 받고 있으며 미국의 유명한 시력교정센터 TLC로부터도 3년간 157만달러를 벌었다.
미국에서 소득의 44%를 세금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4년반 만에 400만달러(약 48억원)가 넘는 거액을 남긴 것이다. 한 해에 미국 전역을 돌며 투어 생활을 하는 데 보통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의 경비가 든다고 한다. 따라서 투어경비와 세금을 빼고도 순수입만 3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의 재미교포 회계사로부터 자산 관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세리는 99년 올랜도에 50만달러짜리 집을 구입했다. 또 최근에는 플로리다 근처에 집 한 채를 더 샀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 주택을 구입할 경우 이자 비용에 따른 절세 효과가 있어 이래저래 재테크에 도움이 된다는 것.
국내에서도 박세리는 5월 스폰서 관계를 결별한 삼성으로부터 계약금(8억원) 연봉(1억원) 포상금 등을 합해 5년 동안 총 34억8000만원(추정치)의 수입을 올렸다. 여기에 광고비 66억원을 추가하면 삼성에서만 100억원이 넘는 거금을 받았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테일러메이드코리아와 3년 동안 무려 3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서브 스폰서 계약을 끝냈다. 대기업과의 메인스폰서 계약은 연간 20억원 이상은 돼야 성사될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20대의 나이에 명실상부한 ‘스포츠 재벌’의 반열에 올라설 전망이다.박세리의 성공 신화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미국투어에 진출한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 정상의 선수와 기량을 겨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투어 생활을 꾸려나가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기만 하다. 박희정 역시 투어 경비 마련에 애를 먹으면서 올해 초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일본투어 선회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다행히 CJ39쇼핑과 5년간 150만달러의 스폰서십 계약을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김미현은 3년 동안 15억원을 KTF에서 지원받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바늘구멍’ LPGA 성공
‘꿈의 무대’인 미국 LPGA투어에 진출만 하면 ‘아메리칸 드림’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인내심이 없다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운(運)도 따라야 한다.
박세리(테일러메이드)-김미현(KTF)-박지은(이화여대)-박희정(CJ39쇼핑)이 지금은 현지에서 ‘우승자 예우’를 깍듯이 받고 있지만 첫 우승을 거두기까지 그들의 마음 고생은 대단했다. 98년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을 제패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박세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조한 성적이 계속되자 당시 스폰서였던 ‘삼성’은 ‘아직 미국 진출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박세리 조기 소환령’을 한때 고려했을 정도.
특히 나머지 세 선수와 달리 데뷔 첫해에 우승을 하지 못한 채 컨디셔널시드(조건부 출전권)로 추락한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첫 우승을 거둔 ‘코알라’ 박희정의 사연은 눈물겹다.
올 시즌 한국 낭자군단에 풀시드권자로 새롭게 합류한 이선희(친카라캐피탈)와 이정연(한국타이어)도 혹독한 루키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선희는 29일 끝난 빅애플클래식까지 16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하는 참담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정연도 16개 대회에서 ‘톱 10’은 한 차례에 그치며 상금랭킹 67위(8만6855달러)에 머물고 있어 내년 시즌 풀시드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금랭킹 182위(4548달러)로 올 시즌에도 조건부 출전자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여민선(30)은 박세리의 출전 포기로 행운의 출전권을 얻었던 빅애플클래식 첫 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나섰으나 2라운드에서 9오버파 80타를 치며 예선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그의 올 시즌 상금랭킹은 153위(9906달러)로 역시 내년에도 힘겨운 투어가 예상된다.
이 밖에 하난경(31)은 지난해 풀시드로 23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랭킹 192위(1951달러)에 그치며 미국 LPGA투어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한국 선수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진출 현황 (31일 현재) | ||||
선수 | 나이 | 진출 연도 | 통산 우승 | 통산상금(순위) |
구옥희 | 46 | 1983년 | 19승 | 585,616,561엔(5위) |
이영미 | 39 | 1987년 | 8승 | 345,531,749엔(25위) |
고우순 | 38 | 1993년 | 6승 | 290,540,735엔(33위) |
김애숙 | 39 | 1985년 | 1승 | 281,980,999엔(35위) |
원재숙 | 33 | 1992년 | 6승 | 205,778,811엔(48위) |
김만수 | 37 | 1985년 | 1승 | 202,287,071엔(51위) |
신소라 | 30 | 1992년 | 2승 | 151,559,441엔(64위) |
이오순 | 40 | 1995년 | - | 62,817,313엔(112위) |
이지희 | 23 | 2000년 | 1승 | 58,930,935엔(118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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