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줄곧 3, 4타의 단독선두를 유지하며 낙승이 예상되던 김미현에게 ‘시련’은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연못에 빠뜨려 뼈아픈 더블보기를 범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대회 핸디캡 1번홀(평균 4.41타)인 최종 18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가 관중석 밑에 떨어져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무벌타 드롭은 할 수 있었지만 그린이 내리막이라서 까다로워 홀컵에 바짝 붙이지 못하면 1타차로 바짝 추격한 한희원(24·휠라코리아)과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연장전을 치르거나 역전패할 수도 있는 상황.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김미현은 침착하게 첫 라운드 때 같은 조로 샷대결을 벌였던 지난해 우승자 웬디 워드의 칩샷을 떠올렸다.
“비슷한 상황에서 워드가 시도한 칩샷이 어떻게 바운스되고 얼마나 굴러갔는지 기억해냈어요.”
김미현의 망설임 없는 칩샷은 홀컵 1m에 붙었고 승부는 사실상 이 칩샷으로 판가름났다.
3타차로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미현은 첫 홀부터 보기를 범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추격해오는 선수가 없어 무난히 우승을 거두는 듯했다.
3타 뒤져 있던 다니엘라 아모카포니(미국)가 첫홀에서 더블보기로 우승권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김미현은 10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2위 그룹(아마카포니, 한희원)을 5타차로 따돌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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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골프채널 방송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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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2R 12번홀 버디퍼팅I 김미현 3R 14번홀 아이언샷I 김미현 3R 15번홀 벙커샷
그러나 이번 대회 내내 김미현을 괴롭혔던 17번홀(파3·148야드)에서 첫 고비를 맞았다. 아일랜드 그린인 이 홀에서 김미현은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렸으나 볼은 그린 앞쪽 둔덕을 맞고 물에 빠지고 말았다.
다시 티잉그라운드에 오른 김미현은 벌타를 포함해 3번째샷을 홀컵 3m60 거리에 떨어뜨렸으나 보기 퍼트가 홀컵을 외면해 한희원에게 1타차로 쫓겼다.
우승컵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었던 최종 18번홀(파4).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서 친 한희원의 두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갔으나 페어웨이 한가운데에서 날린 김미현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을 한번 튕긴 뒤 관중석 앞까지 굴러갔다.
김미현은 파세이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칩샷을 홀컵 1m에 붙였고 한희원의 13m50짜리 버디퍼팅이 빗나가자 여유있게 우승을 확정짓는 파퍼팅을 성공시켰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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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는 약속의 땅”…김미현 우승 소감▼
김미현(25·KTF)이 웬디스챔피언십 우승으로 올시즌 다승 공동2위(2승)에 오르며 미국LPGA투어의 명실상부한 톱랭커로서 입지를 더욱 굳혔다. 다음은 김미현이 우승 직후 가진 미국LPGA와의 공식인터뷰 일문일답.
-오하이오주에서 3주 동안 2승을 거둔 소감은….
“이곳에서는 어쩐지 자신감이 생긴다. 특히 그린이 빨라서 내 퍼팅스타일에 적합하다.”
-17번홀에서 샷이 짧아 물에 빠졌는데….
“처음에는 안전하게 그린 중앙을 노렸지만 어드레스에 들어가기 직전 핀을 직접 공략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클럽 선택은 적당했다. 그러나 티샷할 때 갑자기 맞바람이 불어 샷이 짧게 됐다.”
-이후 다시 티샷을 할 때 떨렸는가.
“첫 번째 샷을 할 때 짧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칠 때는 조금 떨렸다. 클럽은 처음과 같은 것을 선택했다. 다시 샷을 할 때는 강하게 때렸지만 또 짧은 줄 알았다. 그래서 ‘날아가(Go)’라고 소리쳤다.”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한참 지나쳤는데 긴장했었나.
“그린이 딱딱하고 빠르기 때문에 조금 긴장했다. 한희원의 공이 왼쪽으로 흘렀기 때문에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핀을 곧바로 겨냥해 쳤다.”
-올 로체스터대회에서 선두를 달리다 캐리 웹에게 역전패한 적이 있는데….
“골프는 어려운 경기다. 누가 우승할지 예상할 수 없다. 그때는 웹이 두려웠던 게 사실이다. 또 아킬레스건도 좋지 않았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3타 차 선두로 오늘 라운드를 시작했는데 쉽게 우승할 거라고 봤나.
“로체스터에서 역전패한 기억 때문에 오늘도 긴장됐다. 한희원과 아모카포니 모두 얼마든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떨리긴 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자기 암시를 계속 했다.”
-한국선수들이 최근 매우 잘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뭔가.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웃음) 한국 선수들은 연습과 훈련을 매우 열심히 한다. 미국선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 선수들은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한희원은 어떤 선수인가.
“훌륭한 선수다. 함께 국가대표를 지낸 적도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서 뛰기도 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준우승인 걸로 알고 있는데 곧 우승할 거라고 확신한다.”
웬디스챔피언십 최종 성적 | ||||
순위 | 선수(국적) | 파 | 스코어 | |
① | 김미현 | -8 | 208(68-67-73) | |
② | 한희원 | -7 | 209(73-66-70) | |
③ | 다니엘라 아모카포니(미국) | -6 | 210(73-65-72) | |
④ | 로리 케인(캐나다) | -5 | 211(68-73-70) | |
④ | 미셸 레드먼(미국) | -5 | 211(68-72-71) | |
⑭ | 박희정 | 0 | 216(77-68-71) | |
(33) | 고아라 | +4 | 220(72-73-75) | |
(41) | 여민선 | +5 | 221(69-76-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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