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축구의 인기는 대단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국제경기라도 열리는 날이면 새벽부터 관중들이 몰려들었고 운동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말 신나게 축구대표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동안 가슴속에는 월드컵 무대를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한국축구가 세계 16강, 8강, 4강까지 오르는 순간 마다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한국축구를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려 내 가슴속 한을 씻어내리게 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좋아하게 됐고 존경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후 월드컵의 성공을 어떻게 한국축구의 발전으로 계속 이어가느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면서 히딩크 감독을 빼놓을 수 없었다. 한국축구가 앞으로도 세계수준에 발맞춰 발전을 거듭하려면 명지도자인 히딩크 감독의 계속적인 조언과 기술적인 자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막 잡은 상태여서 한국축구에 대해 전념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축구대표팀 기술고문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히딩크 감독이 또 다시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는데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네덜란드 명문클럽의 감독으로 있으면서 수시로 한국대표팀을 지도한다는게 여건상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기술고문이나 명예감독으로서 한국축구에 대해 조언을 하고 한국 지도자들을 교육시키는 역할이 맞을 것 같다.
세계 4강에 오른 한국축구의 위상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12세부터 나이별로 있는 상비군 제도를 활성화해 축구스타를 키워내고 장기적으로 학교 중심의 팀운영보다는 클럽 형태로 축구팀을 운영해 축구의 저변을 넓혀 한국축구 토대를 든든히 해야 한다.
요즘 프로축구가 열리는 경기장에 가보면 30년만에 ‘축구의 봄’이 찾아온 느낌이다.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아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선수들에게 열렬하게 성원을 보내주는 축구팬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런 축구팬들의 성원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한국축구는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
김진국/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겸 유소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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