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의 ‘그림자’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어려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월드컵에서의 성과는 물론 이로 인해 얻은 국민적 인기의 접속 코드가 바로 히딩크 감독이기 때문이다. 당장 히딩크 감독에 필적할만한 지도자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월드컵을 전후해 히딩크 감독은 ‘족집게 고액 과외선생’에 비유됐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기에 벼락치기 성과가 불가피했다는 것.
그러나 준비 기간이 충분한 4년후 독일월드컵을 생각할 때는 다른 셈법을 할 수 있다. 김호 수원 삼성 감독은 “이제는 체력을 앞세운 팀 플레이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기술을 살리는 축구로 한국축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한국축구가 제대로 인정을 받고 안정적인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팀이 월드컵 4강에 올랐지만 정작 선수들은 유럽무대에서 찬밥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나 월드컵 스타들이 버틴 국내 프로리그에서 B급 용병 선수들이 휘젓고 다니는 현실이 한국축구의 냉혹한 현주소라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법을 한국 코칭스태프가 이미 충분히 소화한 점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이유다. 축구협회가 기술고문 자격으로 히딩크 감독의 섭정을 유도하는 것도 소모적이라는 평가다. 히딩크 감독 자신이 재임 기간 ‘마이 웨이’를 주창했던 것처럼 새 감독에게도 최대한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진국 기술위원장은 7일 전화통화에서 “히딩크 감독의 권한은 전 기술위원회가 부여한 기술고문 자격에 그친다”고 못박으며 “시간을 두고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위원장의 말은 축구협회의 최근 행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축구협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