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독일에선 주 4일 근무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도 주 5일 근무제다 해서 말이 많았는데, 재계에서는 주 5일 근무제를 2005년으로 연기 시행하자고 하였고, 그 와중에 직장인 92%가 주 5일 근무를 찬성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우리보다 훨 잘사는 독일은 거의 1년간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에 재계와 노동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슈뢰더 총리나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은 도저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급기야 최고 권위의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의 이른바 적녹 연립정권이 오는 9월 총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보도를 했다. 이는 집권연정이 최근 경제난과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정부의 노동정책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86%나 되기 때문이다.
우리야 그런 것은 알바 아니지만, 주 4일제에 대한 논의 가운데 분데스리가 일정의 조정도 끼어있는 것이 흥미를 끈다. 1963/1964 시즌에 비로소 실질적인 분데스리가가 시작되어 FC 쾰른이 첫 우승을 차지한 뒤로 올해가 분데스리가가 마흔살이 되는 해이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인 불혹(不惑)을 맞이한 분데스리가는, 앞서와 같은 독일 내적인 혼란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어김없이 2002/2003 시즌을 시작했다. 독일인들 최고의 여가거리이기 때문에 주 4일제의 여파는 가장 먼저 분데스리가에 미칠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지금처럼 금·토·일요일에 치러지는 시합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될 듯 하면서도 독일의 주 4일 근무제는 실현이 안되고 있다. 아무튼 집권연정의 우유부단함 때문인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목요일 오후에 자국리그 경기가 열리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올해의 분데스리가는 지난 월드컵에서의 대표팀의 의외의 선전과 새로운 이적생들의 가세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리고, 막상 뚜껑을 연 분데스리가는 과연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우리를 들뜨게 하는 분데스리가를, 이적 현황을 중심으로 밑그림을 해보기로 하겠다.
지난 8월 9일 금요일, 지난 시즌 마이스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헤르타 베를린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5월 24일까지 34룬데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대 화제거리는 뭐니뭐니해도 개막전이었다. 강팀 도르트문트에 맞서는 헤르타 베를린의 상승세가 그 진원지였다. 독일엔 굳이 우리로 치자면 아디다스컵과 같은, 시즌 시작 전에 치러지는 컵대회로 '리가포칼(Liga-Pokal)'이라는 대회가 있다.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6개 팀만이 붙는 경기인데, 올해엔 7월 24일부터 8월 1일에 걸쳐 열렸다. 보쿰의 루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베를린은 지난 시즌 DFB포칼의 우승자인 샬케04를 4:1로 격파하며, 2001 시즌에 이어서 2연패를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작년 리가포칼 우승도 샬케에게 4:1로 이기며 따낸 것이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2000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이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나, 베를린이 2회 연속우승으로, 둘뿐인 챔피언이 된 셈이다.
ZDF에서 생중계한 이 날 경기에서 베를린이 이기자, 베를린 시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연방 차원적 행사에서 올해 베를린에 온 트로피라고는, 미스 독일 뿐이었다. 지난 1월에 뽑힌 올해의 미스 독일 카트린 브로벨이 베를린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갈색머리와 갈색눈의 이 아가씨가, 노이쾰른구에 있는 1125개의 객실과 컨벤션 센터를 갖춘 초호화 호텔 에스트렐에서 미스 독일에 오른 뒤로는 베를린 시민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이렇다할 화제거리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베를린은 개막전에서도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벨기에 국가대표 고르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프링스의 동점골, 그리고 에워톤의 역전골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40분에 왼쪽 윙백으로 뛰는 노이엔도르프의 귀중한 동점골로 어려운 첫 원정경기를 2:2로 잘 마무리한 것이다. 그동안, 실질적인 도움은 사실 별로 없었지만 상징적으로나마 팀을 대표하던 '독일판 고종수' 다이슬러의 뮌헨 행은, 새로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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