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리틀 마라도나' 최성국 희망을 쐈다

  • 입력 2002년 8월 23일 00시 40분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19·고려대)이 마라도나의 조국 아르헨티나를 침몰시켰다.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아르헨티나청소년대표팀(19세 이하) 1차 평가전. 한국이 후반 11분 최성국의 페널티킥 성공에 힘입어 세계선수권(20세 이하) 4연패에 빛나는 청소년축구 최강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10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얻어 아시아 제패에 청신호를 밝혔다. 한국은 25일 오후 6시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또 한 차례 평가전을 갖고 내달에는 브라질청소년대표팀을 불러 마무리 전력 점검을 한다.

최성국의 개인기와 박성화 청소년대표팀감독의 지략이 합작한 한판승이었다. 이날 경기 전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빈약한 측면돌파가 전반 현실로 나타나자 박 감독은 정조국(18·대신고)을 홀로 남겨두고 최성국에게 측면 돌파에 주력하도록 주문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후반 11분 페널티지역 왼쪽을 돌파해 상대 수비라인을 헤집으며 중앙 쪽으로 볼을 몰고 들어가던 최성국은 상대의 반칙을 유도해냈다. 페널티킥 찬스. 최성국이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강하게 깔아 찬 볼은 다이빙한 상대 골키퍼 손에 맞았지만 그대로 회전력을 이어나가 골네트를 출렁였다. 한국의 선취결승골. 한국은 이후 최성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으나 정조국 등 선수들이 훈련부족인 듯 잇달아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바람에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한국은 탄탄한 협력수비와 몸을 내던지는 투지로 한골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경기 종료 직전에는 최성국이 미드필드에서 연결된 스루패스를 지체 없이 돌아나가 1 대 1 찬스를 맞았으나 뒤에서 잡아당긴 카루스카의 반칙으로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 카루스카는 퇴장 당했다.

전반은 한국의 과제를 고스란히 보여준 힘든 무대였다. 한국은 약점인 측면 돌파를 사실상 포기한 채 단조로운 중앙 공격으로 일관해 찬스다운 찬스 한 번 갖지 못했다. 급한 공중 패스는 어김없이 아르헨티나 수비라인에 걸렸고 1 대 1 싸움에서도 완패를 면치 못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폭발적이진 못했지만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보카주니어스 차세대 스타 카루스카를 중심으로 한 아르헨티나 미드필드진은 시종 감각적인 스루패스와 좁은 공간에서의 순간적인 돌파로 한국의 수비라인을 공략해 나갔다. 특히 전반 30분 미드필드지역에서 올라온 스루패스를 스트라이커 에레라가 한국 수비 2명을 따돌리고 결정적인 슈팅으로 연결시킨 장면은 압권.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골운이 따르지 않은 데다 한국의 협력 수비에 막혀 끝내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수원〓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부딪히면 쓰러지는 허약한 한국선수들▼

‘건드리면 쓰러져?’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아르헨티나청소년대표팀(19세 이하) 평가전. 한국은 후반 정조국 조성윤 김진규 등 선수들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무려 6명이나 교체돼 아르헨티나선수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국이 선취골을 넣은 직후 이 같은 사태가 이어져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받은 것.

정조국의 경우 아직 무릎 통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무릎을 다쳐 이유가 있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다리에 쥐가 나거나 상대와 부딪친 후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골키퍼 염동균은 전반 상대와 부딪쳐 쓰러진 채 심판의 ‘골키퍼 차징’ 판정만 기다리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쓰러지더라도 일단 걷어낸 후 쓰러져야 한다는 골키퍼 제1 수칙을 잊어버린 것. 같이 격렬한 경기를 펼치고도 건재한 아르헨티나선수들과는 대조적이었다.축구전문가들은 그라운드에서 쥐가 나는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훈련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쓰러지거나 엄살을 피우는 선수를 나약하다며 방출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의 극약처방과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되돌아보게 한 경기였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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