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주는 모처럼만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곽동균이란 사람이었다. 야구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그는 ‘몇해전부터 동아일보가 잘못된 야구용어를 바로 잡는 외로운 노력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기존 언론과 야구인들이 일본식의 엉터리 용어인 방어율과 장타율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동아일보의 노력은 가상하기까지 하다’며 ‘외눈박이 토끼골에서 왕따당한 양눈 토끼같은 동아일보의 나홀로 외침을 지지해야 할 당위성마저 느낀다’고 했다.
가슴이 뭉클한 것은 오히려 기자였다. 무슨 얘기냐 하면 동아일보는 지금으로부터 3년여전인 99년 6월부터 방어율을 평균자책으로, 장타율을 장타력으로 바꿔쓰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원광대학교 수리과학부의 김혁주교수가 있었다. 당시 39세의 젊은 야구팬이었던 김교수는 과학자다운 문제 제기를 본보에 해왔다.
그는 방어율과 장타율은 수학적으로 보면 승률이나 타율처럼 0과 1 사이의 값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므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인용해보자. 투수의 자책점을 9회로 환산한 값인 방어율은 국내에서 선동렬이 0점대를 3번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1이 넘는 게 보통이다. 또 방어율은 방어를 한 비율이란 뜻이므로 값이 클수록 잘한 것이 돼야 하는데 반대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방어율은 평균자책이 옳은 표현이란 것이다.
타수당 누타수를 뜻하는 장타율도 시즌초면 1이 넘는 선수가 자주 나오므로 일반적인 비율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타율은 장타력 또는 평균누타가 맞다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잘못된 외래어가 난무하는 스포츠 용어의 바른 사용을 위해 만시지탄의 심정으로 김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도 본보의 노력은 아쉽게도 전체 언론과 야구인들에게 확산되는 결실을 여전히 맺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제대로 된 용어를 사용하는 모범뿐만 아니라 잘못된 용어를 그대로 쓰는 잘못을 꾸짖는 용기도 보여달라’는 곽씨의 마지막 한마디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은 한 주였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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