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길거리농구가 흔히 열리는 장소에 바람처럼 나타나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사라진다.
‘게릴라’들의 차림새가 심상치 않다. 헤드밴드에 헐렁한 런닝티셔츠와 반바지는 기본. 몇몇은 팔뚝에 타투(문신) 스티커도 붙였다. 한마디로 미국 할렘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문제는 이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개인기.
이들은 ‘정상적’ 길거리농구 마니아에게 한판 붙어보자고 해놓곤 정작 경기에선 득점에 관심이 없고 개인기로 상대 혼을 빼놓는다. 때론 볼을 놓고 냅다 춤을 추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힙후퍼(hip-hooper)라고 부른다. 힙합(hiphop)의 ‘hip’과 농구림을 뜻하는 6(hoop)을 합성해 만든 힙6(hip-hoop)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뜻.
힙6은 2000년 대만에서 시작돼 중국본토와 한국 등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내맘대로 맘껏 농구를 즐기자’는 것. 지난 1일 서울 개포5단지 길거리농구장에서 만난 자칭 힙후퍼 신현웅군. 좋아하는 선수가 있냐고 묻자 대답이 걸작이다.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따라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만의 스타일을 즐길 뿐이다.”
스포츠용품 메이커 나이키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힙후퍼들의 잔치인 ‘힙6클럽 서울 2002’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서 선발된 6명의 힙후퍼들은 길거리농구 메카인 뉴욕 할렘가 러커파크에 다녀올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참가조건은 단 한가지. 농구를 좋아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가질 것.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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