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백미는 1회 2사 1루에서 휴스턴의 간판타자 제프 배그웰을 상대했을 때. 박찬호는 109㎞의 초슬로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은 뒤 140㎞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140㎞라면 그리 빠르지 않은 공. 하지만 109㎞짜리 볼에 눈이 현혹됐던 배그웰로선 150㎞이상의 스피드로 느껴졌을 게 분명했다.
박찬호는 이 경기에서 투구완급조절에 눈을 떴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직구스피드는 딱 한차례 151㎞를 기록했을뿐 대부분 140㎞대였지만 110∼130㎞대의 커브로 상대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1회부터 4회까지 매회 한명씩의 주자를 내보내긴 했어도 득점권인 2루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첫 위기가 찾아온 것은 6회. 버크만과 배그웰에게 연속좌전안타를 맞은 뒤 머시드의 투수앞 땅볼을 내야안타로 만들어줘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4-0으로 앞선 상태였지만 큰 것 한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
하지만 박찬호는 오스머스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블럼을 2루수 땅볼로 유도, 병살처리하며 위기상황을 벗어났다. 텍사스의 제리 내런감독도 “위기관리능력이 아주 돋보였다”며 이 대목을 크게 칭찬했다.
7회 1사후 진터에게 기습적인 중월 솔로홈런을 맞은 박찬호는 2사후 로레타에게 왼쪽안타를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첫 무실점 피칭을 놓치긴 했지만 6과 3분의2이닝 8안타 7탈삼진 2볼넷 1실점의 안정된 피칭.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속에서도 투구수는 116개를 기록했다. 텍사스는 7-2로 승리. 이로써 박찬호는 손가락부상에서 복귀한 지난달 24일 뉴욕 양키스전부터 시즌 첫 3연승의 쾌조를 보였다. 성적도 7승6패 평균자책 6.29로 좋아졌고 가물가물하던 10승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앞으로 5경기 등판이 예상되는 박찬호는 3승만 보태면 6년연속 두자리수 승수를 달성할 수 있다. 다음등판 예정일은 8일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