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남북축구, 미국월드컵 예선전 이후 9년만의 ‘재회’

  • 입력 2002년 9월 4일 17시 53분


남북이 갈라선 이후 축구는 남북간의 ‘대리전’ 역할을 하기도 했고,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02남북통일축구경기’는 93년 12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끼리 격돌한 이후 약 9년만에 맞붙는 공식 남북축구 대결이다. 남자대표팀의 경기로는 93년 10월 카타르에서 벌어진 미국월드컵 예선 이후 처음. ‘대결’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경기는 ‘화합’과 ‘축제’의 성격을 가진다.

▽남북 대결의 효시, 경평축구〓남북간 축구 대결은 일제시대 온 민족의 관심사였던 경평축구대회가 효시다. 1920년대부터 국내 각 지역에는 도시별 축구팀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중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진 팀이 경성(서울)과 평양이었다. 경평전은 1929년 10월8일 서울 휘문고보 운동장에서 첫 경기를 가졌다. 3차례 열린 첫 대회는 2승1무로 평양의 승리. 경평전은 매년 한차례씩 서울과 평양에서 열렸으나 35년 승부과열과 판정시비로 일시 중단됐다. 경평전은 해방 직후인 46년 3월 서울운동장(현 동대문운동장)에서 한차례 재개됐지만 이것이 마지막. 남북 분단으로 막을 내린 경평전의 총 전적은 평양이 9승7무5패로 우위를 보였다.

▽본격적인 남북 대결〓6.25 전쟁 이후 70년대 초반까지는 남북 축구가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북한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거의 참가하지 않은데다, 한국도 북측의 전력이 강하다는 정보가 입수될 경우 대회 자체를 포기하거나 의도적으로 대결을 피했다.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예선이나 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가 그 예.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만난 것은 76년 5월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 준결승전으로 당시 한국은 북한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두번째 대결인 78년 제20회 아시아청소년대회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6-5로 승리해 2년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현 국가 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당시 주장이었다.

국가대표팀간 첫 격돌은 78년 12월 방콕아시아경기대회 결승전. 양팀은 연장 끝에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공동우승을 차지해 시상대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이후 남북은 90년 7월까지 청소년대표팀 경기 3차례, 국가대표팀 경기 3차례를 치른 뒤 90년 10월11(평양)과 23일(서울)에서 통일축구대회를 가졌다. 1차전은 북한이 2-1 승리, 2차전은 한국의 1-0승리.

▽화합의 무대, 청소년축구 단일팀〓통일축구로 화합의 분위기를 만든 남북한은 91년 6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코리아’라는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90년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남북한이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해 출전 자격을 얻은 뒤 단일팀 구성을 전격 합의한 것. 남북간의 균형을 위해 감독은 북쪽(안세욱)에서 코치(남대식)와 주장(이태홍)은 남쪽에서 맡았다. 선수단은 남북한에서 각각 9명씩으로 구성됐다. 코리아팀은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등 선전속에 8강에 올라 한민족의 힘을 세계에 과시했다.

남북 남자 대표팀이 마지막으로 대결을 벌인 것은 93년 10월 카타르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눌렀고, 일본이 이라크와 2-2로 비기는 덕에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남자축구 대표팀간 남북대결 전적
날짜장소대회결과득점자
78.12.20태국 방콕아시아경기대회결승0-0 무
80.9.28쿠웨이트아시안컵 준결승2-1 승정해원(2골)
89.10.16싱가포르월드컵 최종예선1-0 승황선홍
90.7.29중국 베이징다이너스티컵1-0 승황보관
90.10.11평양남북통일축구1-2 패김주성
90.10.23서울남북통일축구1-0 승황선홍
92.8.24중국 베이징다이너스티컵1-1 무홍명보
93.10.28카타르 도하월드컵 최종예선3-0 승김현석,고정운,하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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