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막되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이 사용할 인공기를 제작하는 대구 북구 노원동 협신특수나염 김호경(金鎬慶·44·사진)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작업하고 있다”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김 사장과 직원들이 인공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3일.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42개 국가의 선수단용 국기 3만5000여장을 이미 제작한 김 사장은 최근 정부의 인공기 사용 허용 방침이 결정된 직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인공기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김 사장이 직원 20여명과 함께 만들고 있는 인공기는 탁상용으로 쓰이는 소형(가로 27㎝,세로 18㎝)부터 시상용 대형(가로 2m, 세로 3m)까지 모두 122장으로 현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7일 서울에서 열리는 ‘2002 남북통일 축구대회’에 사용되는 한반도 지도가 찍힌 배너기(가로 70㎝, 세로 210㎝) 300여장도 최근 제작해 대한축구협회에 보냈다.
김 사장과 직원들은 6월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태극기와 참가국 국기 등 50여만장을 밤샘 작업 끝에 만들어 전국에 공급하기도 했다.
종업원이 20여명인 협신특수나염은 86년 아시아경기대회와 88년 서울올림픽 때도 국기 등을 제작했던 휘장 제작 전문회사.
김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막상 인공기를 제작해보니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