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시간이 넘게 정성스럽게 세운 2만개가 하나씩 차례로 넘어지며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자 작업에 참여했던 27명의 ‘도미노게이머’들은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처럼 서로 얼싸안고 감동했다.
‘도미노게임.’ 이따금 TV화면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던 도미노게임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1주일을 기다려 찾아갔다.
이 달 들어 처음 도미노를 쌓는다는 6일. 용인에 위치한 ‘도미노랜드’에선 한 회사 직원들이 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도미노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시티은행, 맥도널드 등의 홍보대행을 맡은 PR회사 ‘코콤포터노벨리’ 직원들이었다. “여러회사 홍보를 하다보니 정작 직원끼리 얼굴 볼 시간이 부족했던 차에 한 직원의 소개를 받아 찾아왔다”는게 이 회사 김장열 사장의 설명.
‘그 직원이 누구냐?’고 물어보자 신발도 벗은채 바닥에 누워 열심히 밑그림을 그리는 한 여직원을 ‘방실아’하며 부른다.
방 실(29). 별명이 왜 ‘방실이’인지는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다른 별명은 ‘방회장’. 직급은 과장이지만 사장을 제외하고 최장수 직원이라 붙은 별명. ‘몇 년 근무했냐’고 묻자 거침없이 ‘3년3개월‘이라고 대답한다. 결혼한지는 2년3개월. 월단위로 시간을 따진다니 느낌이 서구적이다. 역시….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단다.
평소에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겨타고 헬스는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단다. 가장 좋아하는 건 일명 스포츠드라이빙. “자동차마다 가지고 있는 엔진음의 높낮이가 틀리고 가속페달 응답성도 달라 고속으로 달릴 때마다 기분이 끝내줘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톡톡 튀는 신세대 성향을 지닌 그가 도미노게임을 추천한 이유는 뭘까.
“사실은요,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 친구가 회사 연수때 도미노게임을 해봤는데 집중력 기르는데 최고인데다가 성취감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해서 막 우리도 해보자고 우겼죠.”
오후 2시부터 밑그림을 그린 뒤 도미노 쌓기에 들어간 시간은 3시. 가로 5m 세로 1m짜리 두 개와 가로 3m 세로 1m짜리 1개 등 세 개. 각기 도미노판을 ‘으악’ 소리와 함께 중간에 쓰러뜨리기를 10번 이상. 총 30여차례의 사고 중엔 ‘방실이’가 친 것도 수차례가 있다. 완성한 때는 세시간을 훌쩍 넘은 6시10분.
이 세 개의 도미도판을 연결하는 마지막 작업에서도 긴장이 풀린 탓인지 우르르 무너지기가 여러번 있었고 ‘경악’의 괴성은 이어졌다.
감동의 도미노 쓰러뜨리기가 끝난 뒤 방과장을 찾았다. ‘어땠어요?’ “어, 이거 장난아니에요. 신랑한테 얘기해서 시집식구 친청식구 다 부를꺼구요, 동창회, 친구들 모아서 몇 번 더 해볼꺼에요.” 한번 해보곤 벌써 마니아가 된 듯 하다.
용인〓전 창기자 jeon@donga.com
◇도미노게임?
도미노(domino)는 원래 18세기 이탈리아에서 고안된 뼈로 만든 직사각형 패를 가지고하는 도박의 일종. 도박에서 사용하는 패를 세워놓고 쓰러뜨리는 도미노게임은 1970년대 놀이로 시작됐다.
국내 도미노게임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물속에서 헤엄치는 도미노, 무한정 올라가는 계단 도미노 등 평면을 넘어 입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도미노게임은 이벤트에서 전문가들이 만든 작품을 구경하거나 기업체나 학교 연수때나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다이나믹스는 지난 6월 국내최초로 경기도 용인에 100평 규모의 도미노게임 전용 실내시설인 ‘도미노랜드’를 개장했다.
‘도미노랜드’는 그동안 단체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15일부터 매주 일요일 가족단위 예약도 받는다.아 가족끼리 오순도순 도미노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예약은 필수. 인터넷 ‘www.dominoland.co.kr’이나 전화 031-322-0010으로 하면 된다. 성인 2만5000원 학생 1만5000원.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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