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형만한 아우? 여기 있다!…청소년대표 1대0 신승

  • 입력 2002년 9월 10일 22시 20분


청소년대표팀의 김동현(왼쪽)이 아시아경기대표팀 김동진을 따돌리고 멋진 왼발 터닝슛을 성공시키고 있다.이훈구기자
청소년대표팀의 김동현(왼쪽)이 아시아경기대표팀 김동진을 따돌리고 멋진 왼발 터닝슛을 성공시키고 있다.이훈구기자
최근 한국을 다녀간 거스 히딩크 전 월드컵축구대표팀 감독(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감독)은 “축구의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축구는 이번 태풍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수재민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 축구대표팀-청소년(19세 이하) 대표팀의 수재민돕기 자선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의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상암골에서는 수재민돕기란 기치 아래 팬과 선수가 하나가 됐다. 평일임에도 2만1522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축구에서도 평일엔 이 정도가 차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팬들의 열기는 이루 짐작하고도 남았다.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스들은 북을 치며 ‘형과 아우’ 모두를 응원했다. 아시아경기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을 불문하고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큰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선수들도 온몸을 던지는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아시아경기대표팀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서인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아시아경기대표팀은 불안한 조직력을 보였다. 월드컵 때 ‘히딩크호’가 보여줬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의 공간확보가 늦었고 패스도 정확하지 않았다. 이천수와 변성환(이상 울산), 최태욱(안양)이 버틴 미드필드진은 패스연결이 잘 안 되자 개인기에 매달리다 볼을 뺏기기 일쑤였고 이동국(포항)과 김은중(대전)이 교체로 투입된 최전방 공격라인도 좀처럼 슛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김동진과 박용호(이상 안양), 박동혁(전북), 조성환(수원)이 지킨 수비라인도 견고하지 못했다.

결국 아시아경기대표팀은 18세 소년인 아우 김동현(청구고)에게 후반 16분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무너졌다.

김동현은 미드필드 중앙에서 김성길(오이타 트리니타)이 패스해준 볼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아시아경기대표 수비수 김동진을 멋진 동작으로 따돌리며 왼발슛을 시도해 골네트를 갈랐다.

아시아경기대표팀은 한 수 아래인 청소년대표팀에도 패해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청소년대표팀의 투지는 빛났다. ‘져도 본전’이라는 각오로 형들을 물고 늘어졌다. 또 수비라인과 미드필드라인이 비교적 짜임새 있게 움직이며 미드필드에서 좌우 날개로 볼을 연결하고 다시 골문으로 이어지는 재빠른 연결플레이로 형들의 가슴을 수 차례 섬뜩하게 만들었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날 2만1522명의 관중으로부터 벌어들인 1억3000만원의 입장수입금 중 경기장 임대료와 세금을 뺀 1억원을 수재의연금으로 기탁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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