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한국-쿠웨이트 평가전]이천수 환상프리킥 한국 살렸다

  • 입력 2002년 9월 23일 23시 35분


‘공격은 안정, 수비는 불안.’

16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을 노리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수비만 좀 더 가다듬으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23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중동의 강호’ 쿠웨이트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이천수(울산)의 멋진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팀과 잇달아 가진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모두 이겨 상승세를 구가하면서 27일 몰디브와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A조 첫 경기를 갖게 됐다.

김은중(대전)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운 한국은 왼쪽 날개 이천수와 윙백 김동진(안양), 오른쪽 날개 최성국(고려대)과 윙백 이영표(안양)가 펼치는 절묘한 스위치플레이로 쿠웨이트를 공략했다. 선제골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전반 15분 이영표가 오른쪽 사이드로 돌아 들어가자 최성국이 미드필드로 내려가며 볼을 전방으로 밀어줬고 수비를 따돌린 이영표가 센터링하자 골문으로 쇄도하던 김은중이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골네트를 가른 것.

세트플레이도 좋았다. 1-1이던 후반 18분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이천수는 오른발로 볼을 절묘하게 감아 올려 상대수비가 쌓은 벽을 넘겨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 세합 칸쿠네가 제자리에 서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볼을 지켜볼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반면 수비는 여러 차례의 실점 위기를 맞는 등 흔들렸다. 한국은 박동혁(전북)-박요셉(안양)-조성환(수원)의 스리백을 세웠으나 이들은 미드필드로 연결하는 패스가 정확하지 않았고 상대 공격수를 커버플레이하는 데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전반 42분엔 김용대(부산)에게서 볼을 건네 받은 조성환은 아크 정면에서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다가 쿠웨이트의 바사르 압둘라지지에게 볼을 빼앗겨 동점골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엔 김정만 북한축구협회 서기장과 이정만 북한축구대표팀 감독 등 북한축구팀 관계자 6명이 직접 경기를 지켜보며 예선상대인 쿠웨이트의 전력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최근 쿠웨이트와 평가전을 가진 이상철 울산대 감독에게 쿠웨이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듣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김은중의 선제골이 터진 전반 15분경 조명탑의 불이 나가 약 20분 동안 경기가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져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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