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명훈은 13점 17리바운드를 챙겼고 이명훈을 버팀목으로 ‘북한의 마이클 조던’ 박천종은 30점을 기록했다.
북한은 이날 경기에서 패할 경우 2차 예선(8강리그) 진출이 좌절될 뻔했으나 이날 승리로 최소한 조 2위를 확보, B조의 한국이 조 1위를 차지할 경우 다음달 3일 99년 통일농구 이후 3년 만의 남북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명훈의 나이는 올해 35세. 체력적으로 이미 하향세에 접어들어 고작해야 20여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의 공격은 단순했다. 이명훈을 골밑 붙박이로 배치한 채 체력이 좋고 빠른 박천종과 박인철 조철연이 내외곽을 넘나들며 공격을 주도하는 형태.
전반까지 북한이 49-33으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이명훈이 골밑에서 버티며 8득점에 10개의 리바운드와 2개의 블록슛을 챙기는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
하지만 후반 들어 이명훈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양상은 돌변했다. 이명훈은 3쿼터 들어 다리에 힘이 빠지자 골밑에서 버티지를 못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넘어지면 일어서는 데 한참 걸렸고 상대선수에게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해 리바운드 기회를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훈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아랍에미리트는 3쿼터부터 눈엣가시 같은 이명훈을 아예 코트에서 몰아내겠다는 듯 의도적으로 거친 몸싸움에다 신경전을 마다하지 않은 채 공세의 수위를 높였고 3쿼터 중반 한때 52-57까지 따라붙는 데 성공했다.
이명훈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이때. 끊임없는 상대의 견제와 몸싸움에도 불구하고 이명훈이 자리를 지키며 버텨내자 아랍에미리트 선수들은 결국 골밑 탈환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추격 의지를 상실한 채 자멸했다.
이명훈은 경기 뒤 “체력적으로 아직 큰 문제는 없다. 이제 나이도 있어 NBA에서 뛸 생각은 없다”며 “통일이 된다면 남쪽에서 뛰어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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