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한국과 중국 북한을 대표하는 ‘국보급’ 센터들이다. ‘내가 최고’라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남자 농구에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자국의 우승을 향해 벌이는 진검승부가 점입가경이다.
이들을 앞세운 한,중,북한 3국은 모두 예선 1라운드를 통과한 상태. 홍콩 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속했던 중국은 조 1위로 8강이 겨루는 예선 2라운드에 진출했고 한국(2승)과 북한(1승1패)도 3일 열리는 2라운드 첫 경기에서 격돌한다. 이 한 판은 93년 동아시아대회이후 9년만의 재대결. 당시 한국은 허재와 강동희가 52점을 합작하며 세계 최장신 센터 이명훈이 36점을 쏟아부은 북한을 77-68로 제압했었다. 북한은 당시 주축선수였던 이명훈이 여전히 골밑의 터주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반면 한국은 한기범과 김유택에서 서장훈으로 변한 것이 달라진 점.
이명훈과의 대결을 앞둔 서장훈은 “농구에서 신장의 차이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핸디캡”이라며 자신보다 28cm나 큰 이명훈이 부담스러운 표정. 그러나 이명훈은 전성기를 넘겨 노쇠기미가 뚜렷하다. 실제로 이명훈은 지난달 29일 아랍에미리트전에서 36분을 뛰며 13점 17리바운드를 챙겼지만 후반 들어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되며 탄력을 잃어 ‘세워 논 막대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따라서 서장훈과 이명훈의 대결에선 서장훈이 훨씬 우세하리라는 게 농구인들의 분석.
정작 무서운 선수는 한국과 결승에서 만날 것이 유력한 야오밍. 올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휴스턴 로키츠 유니폼을 입은 야오밍은 쿠웨이트와의 1차전에서 22분 동안 15점 13리바운드에다 5개의 블록슛과 4개의 덩크슛을 터뜨리는 ‘농구쇼’를 선보였다. 중국이112-38로 대승한 홍콩전에서도 몸 풀 듯 10분을 뛰며 가볍게 6점 8리바운드를 챙겨 ‘걸어다니는 만리장성’의 위용을 과시했다.
김진 한국대표팀 감독은 “야오밍이 장신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피드가 대단하다”며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높이에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들 세 선수가 자존심을 세울 길은 자국의 우승뿐. 과연 누가 용의 눈에 눈동자를 찍을 수 있을까.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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