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 57주년'이 되는 날. 대회가 시작되기 전 250여명의 참가자들이 대열을 맞춰 행진을 하며 "만세 만세 조선노동당 만세"를 외쳤다. 곧이어 체육대회가 시작되자 이들은 이내 가을 운동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모자와 트레이닝복을 하얀색으로 통일한 응원단과 빨간색 티셔츠에 하얀색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취주악단이 각각 금강산팀과 묘향산팀으로 나눠 치른 이날 체육대회에서 북한측이 선보인 놀이는 모두 5가지.
각 팀에서 10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차례로 짧은 줄에 매단 나무조각을 음료수병 안에 넣어 고정시킨 뒤 반환점을 돌아오는 '병끼고 달리기'를 시작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다리묶어 줄넘고 달리기' '공 이마에 맞대고 달리기'가 연이어 열렸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응원단도 신이 났다.
참가자들이 경기에 열중하는 동안 팀원들도 몸이 달았는지 딱딱이를 치며 '잘한다 잘한다 우리선수 잘한다'는 구호와 '옹헤야'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젊음을 한껏 발산했다.
사람 키 높이의 나무봉에 축구공을 올려놓고 공을 떨어뜨리지 않은채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기에서는 참가자들이 떨어지는 공을 손으로 잡고 뛰자 목청껏 '페어플레이'를 외치기도 했다.
동료들의 실수에 파안대소하고 주위 사람과 끊임없이 소근대거나 껌을 씹는 모습은 남한의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마지막으로 열린 '공 튀겨 잡고 달리기'를 묘향산팀이 승리하며 약 1시간30분만에 체육대회는 끝이 났고 참가자들이 모두 고전무용과 포크댄스를 결합한 듯한 춤을 추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북한이 이날 선보인 놀이는 모두 두 사람 이상이 호흡을 맞춰야하는 것으로 북한 사회의 집단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아쉬웠던 것은 체육대회가 일반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한 채 자체 행사로만 열렸다는 점.
북한사람들의 체육대회를 멀찍이서 지켜보던 한 시민은 "뛰어들어가 저들과 어울려 보고싶은 충동을 느꼈다"며 "놀이문화를 보니 역시 한민족은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북 응원단은 이날 밤에도 만경봉-92호 선내에서 모든 응원단 임원 등이 모인 가운데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 여흥을 가질 예정이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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