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핸드볼 거포 윤경신(29·사진)이 들어서면 핸드볼 경기장이 좁아 보인다. 그는 아시아경기 5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핸드볼의 희망이다. 점프를 하지 않아도 머리가 골대 위로 솟는 2m3의 큰 키, 거구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민첩한 동작에서 터져 나오는 미사일같은 슛. 그에겐 ‘거포’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번 대회는 윤경신 자신을 위해서도 놓칠 수 없는 무대다. 고려고 시절인 90년 베이징대회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뒤 이번이 4번째 대회. 개인적으로 아시아경기 4연패 여부가 이번 대회에 달려있다.
그가 독일로 떠난 것은 6년여 전. 대회 때마다 텅 빈 관중석이 너무나 싫었다. 때마침 국제대회에서 그를 눈여겨 본 독일에서 스카우트를 제의했고 윤경신은 ‘꽉 들어찬 관중 앞에서 뛰고 싶어’ 유럽행을 택했다. 유럽에서의 핸드볼 인기는 실내경기 가운데 최고.
국내에서는 별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지만 유럽에서 윤경신은 VIP급 선수. 지난해 독일리그에서 238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올 8월에는 세계핸드볼연맹이 선정하는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대표팀이 그를 영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속팀인 굼머스바흐측가 전력약화를 우려해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 밀고 당기기 끝에 대표팀은 그를 대회기간인 15일간만 임대하기로 간신히 양해를 얻었다. ‘고국에서 뛰고 싶다’는 윤경신의 간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태훈 한국대표팀 감독은 “팀 합류가 늦어 초반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나선다는 자체 만으로 후배선수들은 힘을 얻고 상대 선수들은 주눅이 들어버린다는 것.
굼머스바흐와의 계약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그러나 그는 독일에서 2,3년 더 선수생활을 한 뒤 코치 수업을 받을 계획.
“언젠가는 꼭 돌아와 핸드볼을 위해 일할 생각입니다. 그 때 쯤 핸드볼이 인기종목이 되어있어야 할텐데…”.
윤경신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불평없이 운동을 하고있는 후배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창원〓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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