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농구 결승전. 전광판에 표시된 남은 시간은 불과 30초도 채 안 됐다. 이때까지 한국은 중국에 단 한 차례도 앞서지 못한 채 줄곧 끌려 다녔다. 승부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어 보였다. 패배의 그림자가 한국 벤치에 짙게 드리우는 순간 한 줄기 희망이 내비쳤다.
한국이 88-90으로 뒤진 경기 종료 17초 전 중국 후웨이동에게 내준 자유투 2개가 모두 림을 외면한 것. 행운의 여신이 찾아든 한국은 현주엽이 4쿼터 종료 4.7초 전 과감한 골밑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을 터뜨려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금메달의 향방을 연장전으로 몰고 간 한국은 여세를 몰아 상승세를 탔고 눈앞의 우승 기회를 날린 중국은 허둥댔다. 센터 서장훈의 예상 못한 3점슛으로 연장 18초 처음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가드 김승현의 빠른 경기 운영과 현주엽 문경은의 활발한 공격으로 연장 종료 1분3초엔 101-95까지 달아나 한숨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자유투로만 5점을 내리 빼앗겨 종료 21초 전 101-100. 한국은 이후 볼을 돌리는 지공작전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종료 3.1초 전 문경은이 중국 선수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 가운데 1개를 꽂아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이 ‘만리장성’ 중국을 허물어뜨리고 아시아경기대회 정상에 우뚝 선 순간은 이처럼 극적이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예상을 깨고 연장전에서 중국에 102-100으로 역전 우승했다. 1982년 뉴델리대회 우승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이 흐른 뒤 이룬 쾌거였다. 한국대표팀 김진 감독은 “너무 엄청난 일이라 실감이 안 난다”며 “월드컵축구 이후 위축된 농구에 대한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한편 앞서 열린 여자농구 결승에서는 한국이 김영옥(15점)의 외곽포를 앞세워 대역전극을 펼치는 듯했으나 막판 뒷심 부족으로 중국에 76-80으로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