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이나 천하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던 ‘씨름 황제’ 이만기(현 인제대 교수 겸 KBS 해설위원). 그가 전성기였을 때 요즘 모래판의 장사들과 대결했으면 어땠을까.
다소 유치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씨름의 ‘살아있는 전설’ 이만기와의 비교는 언제나 흥미만점. 이만기 교수는 “나는 체격이 작았다. 처음에는 체중이 100㎏ 이하여서 한라장사에서 뛰었었고 당시 거인으로 불렸던 이봉걸씨가 2m5 ,135㎏이었지만 지금 씨름판에는 130㎏을 넘는 거구들이 즐비한데다 기술도 좋아 아무리 나라도 당시처럼 독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7일 안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2세라젬배 안동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 백두장사는 100.1㎏ 이상 최중량급 거한들의 경연장. 124대 백두장사를 가리는 이번 대회 결승에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파’ 신봉민(28·현대중공업)과 ‘모래판의 지존’ 이태현(26·현대중공업)이 맞붙었다.
1m87, 146㎏의 거구이지만 허리의 유연성이 뛰어나고 힘이 좋은 신봉민은 첫째판을 들배지기, 셋째판을 잡채기로 따내 2-1로 앞섰다.
마지막 넷째판에서 신봉민은 이태현의 가슴 밑으로 슬쩍 머리를 들이밀더니 고함소리와 함께 1m96, 138㎏의 이태현을 오른쪽 어깨위로 들어올려 모래판에 꽂았다. 바로 씨름 기술의 꽃이라는 ‘뒤집기’. 신봉민은 이로써 2000년 11월 양산대회 이후 23개월만에 백두장사 정상에 복귀하며 통산 네번째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백두장사 순위〓①신봉민②이태현(이상 현대중공업)③김영현(LG투자증권)④황규연(신창건설)⑤권오식(현대중공업)⑥염원준(LG투자증권)⑦손동원(신창건설)⑧백승일(LG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