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경기 축구팀을 이끌었던 박항서 감독이 전격 경질됨에 따라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이 됐다. 몇몇 지도자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싶은가”.
“대표팀 감독은 분명 한번 해보고 싶은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데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한 가지 단서가 있었다. 히딩크 감독처럼 전권을 주어야 하고 되도록 간섭을 하지말아야 한다는 것.
사실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을 이룩한데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히딩크 감독이 수훈갑이지만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히딩크 감독 부임 초기를 떠올려보자. 월드컵팀이 지난해 2월 두바이4개국대회에서 덴마크에 0-2로 지고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0-5로 연달아 대패하자 ‘오대영 감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당시 축구협회는 “히딩크를 믿는다”며 전적인 신뢰를 표시, 그가 소신대로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도록 보호벽을 쌓아주었다.
국내 지도자들의 불만은 히딩크 감독에게는 이처럼 관대했던 축구협회가 국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 보호는커녕 사사건건 간섭하려 든다는 것이다. “불과 3주밖에 훈련기간을 갖지 못한 박항서 감독을 금메달을 못땄다는 이유로 당장 해임하는 마당에 누가 대표팀 감독을 하려 들겠느냐”는 말에서 국내 지도자들이 갖고있는 피해의식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은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축구대표팀을 브라질 출신 지코를 사령탑으로 하는 1진 국가대표팀과 야마모토 마사쿠니 감독을 주축으로 한 올림픽대표팀으로 2원화했다. 우리도 이같은 장기적 포석을 서둘러야할 때다. 눈 앞의 성적 때문에 조급증을 내다 국내 지도자들의 ‘마음’을 떠나보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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