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성공한 선수에서 유능한 지도자로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25분


김기훈(왼쪽), 이준호코치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채 미소짓고 있다.  춘천〓양종구기자
김기훈(왼쪽), 이준호코치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채 미소짓고 있다. 춘천〓양종구기자
“아직 멀었습니다.”

한국 쇼트트랙의 거목 전명규 감독(40)에이어 대표팀을 맡아 2002∼2003 월드컵시리즈 1차대회 10개 종목 중 9개 종목 석권의 대업을 달성한 김기훈 남자 코치(35)와 이준호 여자 코치(37). 이들은 “이번 성공이 시작에 불과하며 내년 초 열리는 동계아시아경기와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도 능력을 평가해달라”고 겸손해했다.

이들은 나란히 전 전 감독의 조련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전 전 감독이 워낙 뛰어난 지도자였기에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욱 열심히 지도하는 계기가 됐다. 7월 대표팀을 맡은 이들은 새벽 오전 오후, 그리고 밤까지 하루 8시간의 강훈련을 시켰다. 쇼트트랙은 ‘훈련량〓금메달’이란 공식대로다. 조금만 훈련량이 적어도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

가르치다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도 있기 마련. 그 때마다 이들은 더욱 따뜻하게 후배들을 품에 안았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가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은 ‘선수들이 다 나처럼 잘해야 한다’는 엘리트 의식.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선수단의 팀워크가 깨지기 십상이다. 감독이 공석인 상태에서 취임한 김기훈 이준호 코치가 가장 경계한 점이 바로 이것. 이를 위해 이들은 훈련 외의 시간에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주며 형이나 오빠같이 대해왔다.

92년 알베르빌, 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김기훈 코치는 98년 은퇴한 뒤 그동안 국가대표 상비군과 주니어대표를 이끌었다. 94년 올림픽 계주 금메달 멤버였던 이준호 코치는 2월까지 프랑스대표팀을 지도했다.

김 코치와 이 코치는 선수시절 11년간 대표팀에 함께 있으면서도 한 번도 같은 방을 쓰지 않았을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강했다. 요즘은 가끔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기도 하지만 지도자로서 더 좋은 성적을 내려는 경쟁의식은 여전하다는 것이 빙상 관계자들의 말.

두 코치는 “앞으로도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최강의 자리를 지키는 데 몸바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춘천〓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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