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수많은 자연의 힘이 필요하고 재배하는 이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은 적당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폭풍과 가뭄으로 그에게 시련을 주고 테스트한다.
재배자에게는 이 모든 상황을 간파하고 있음이 매우 중요하다. 중도에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림을 우려해 처음 씨앗을 내리는 순간부터 마지막 열매를 맺기까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기초배양을 잘해주는 재배자의 뜻과 배려. 필자는 이번 기회에 새삼스레 그 마음을 느껴본다.
지난 제21회 골프매거진코리아배 주니어골프대회(8월12일~14일)에서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한 이는 낙생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인 홍란(17세) 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는 홍란 양은 골프뿐만이 아니라 수영도 했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기초체력이 튼튼했던 탓일까?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기초체력 때문이라고 한다.
부친인 홍춘식(46세)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마추어 선수시절 출전하지 않은 시합이 없을 정도로 홍씨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호탕하고 솔직한 성격을 가진 홍씨는 쉽게 굴하지 않는 고집까지 갖추고 있는 듯 했다.
아직 골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딸에게 너무 지나친 훈련을 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무모한 행동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지내온 것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감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었다.
우리는 홍선수의 주 연습장인 평촌에 있는 인덕원 연습장을 찾았다. 이 날도 여전히 오전 트레이닝을 마치고 우리의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홍선수는 오전 6시에 기상해 가볍게 쥬스한잔을 들고 나서 체력훈련이 시작된다.
2~3시간정도 산이나 들을 찾아서 체력강화 훈련이 시작된다. 그리고 나서 11시~12시 정도에 아침식사를 겸해서 점심을 먹는다. 그러고 나면 즐거운 휴식 시간이다. 이대로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후 4시 정도에 또 연습이다. 이제 17살짜리 홍란 양은 한참 놀고싶고, 감수성도 예민할 때이다. 이 모든 상황들을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벅차지 않을까 싶지만 부친인 아무 걱정이 없다.
본인의 생각과 훈련방식을 잘 따라와 주는 딸이 대견스럽고 고맙기까지 하다.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주위에서 인정을 해주고 부러움도 받고 있는 홍씨 부녀들이다. 그러나 홍씨는 추후에 홍선수가 자만심에 빠질까를 두려워 하고 있었다. 되도록 좀 더 강한 선수들과 시합을 시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겸손, 배움은 물론이고 고충을 겪을 만큼 보라는 것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주먹구구식의 훈련은 절대 금기시 한다. 항상 대화식의 훈련을 잃지 않는 홍씨이다. 홍선수도 이점을 특히나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없다’
홍씨의 훈련 노하우를 홍선수에게 잘 전수해 주고 싶다는 말에, 그 노하우가 뭐냐고 물어보자 좀처럼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단지 작년까지는 체력훈련에만 전념했고, 올해부터 실제 기술연습에 조금씩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아직도 체력훈련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주로 상하체 훈련을 하고 손목훈련을 따로 연습하며, 기술연습은 감각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한다고 한다. 꾸준한 성적과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는 딸의 모습에 오히려 홍씨가 자신감을 얻는다. "아직 시작도 안했다"라는 홍씨의 말에는 상당한 저력과 파워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홍선수는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차분하고 명랑한 성격이며, 음식이나 취미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즐기는 스타일이다. 급하지 않고 차분한 성격은 골프시합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이야기한다. 노보기 게임을 통해서 자신감을 많이 끌어 올렸으며, 이번 골프매거진코리아배 주니어 대회를 통해서도 상당한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어프로치 기술이 많이 부족한데 그만큼 연습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여타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오상고절(傲霜孤節)중의 하나가 난초라고 했던가?
주위의 어려운 현실에 굴하지 않는 지조있는 식물. 바로 홍씨가 지어준 홍란 선수의 이름도 난초이다. 지금은 나이 때문에 프로에 입문하지 못했지만, 홍선수의 미래에 대한 포부는 아주 크다. 그러나 부친인 홍씨의 꿈은 의외로 알차고 소박하다. 항상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준다면 그걸로 족하겠다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또 한사람의 세계적인 한국스타가 탄생할지 필자는 홍씨부녀에게 기대를 해 본다.
[자료제공 : http://www.thegolf.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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