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리는 동아일보 2002경주오픈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하는 박철규씨(46·서울 쌍문동 선덕고등학교 독일어 교사·사진).
그는 마라톤과 결혼했다.
박씨가 마라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독일의 전 외무장관 요쉬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란 책을 우연히 읽고 마라톤에 빠져 들게 됐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동생 셋(남 1, 여 2)을 뒷바라지 하느라 아직 결혼도 못했다. 그런 그에게 마라톤은 인생의 새로운 ‘청량제’로 다가왔다. 온갖 어려움을 참고 이겨낸뒤 느끼는 뿌듯함. 자신의 인생과도 같았다.
막상 시작하니 힘들었다. 200m 운동장을 한바퀴도 제대로 못돌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포기란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하루도 빼지 않고 뛰었다. 한달만에 공식대회에 나가 10㎞를 완주했다. 그리고 올 3월 풀코스에 도전해 5시간33분58초에 완주했다.
그러나 풀코스는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장기간 훈련해야만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아주 정직한 스포츠가 마라톤. 그래서 박씨는 뛰어서 출퇴근한다. 아침에 5㎞, 방과후엔 중랑천을 돌아 20㎞를 달린 뒤 번동 집으로 향한다.
이번 경주오픈마라톤이 풀코스 9번째 도전. 특히 이번엔 또다른 목표가 있다. 비록 풀코스를 뛴지 7개월밖에 안되지만 내친김에 내년 4월 열리는 보스턴마라톤에 한번 나가보겠다는 것. 그러나 보스턴에 가기 위해선 나이에 따른 기준기록 3시간30분이내에 들어와야 한다. 박씨의 최고기록은 3시간43분16초.
이런 목표가 있기에 삶이 즐겁다. 보스턴대회 출전에 성공하면 그 뒤엔 7일동안 250㎞를 달리는 사하라사막마라톤에 도전할 생각이다. 칠순을 눈앞에 둔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박씨는 “결혼요. 아직 생각안해봤는데요. 이젠 마라톤이 제 애인입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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